조계종 종도를 대표할 81명의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하는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10월 26일 교구본사별로 실시된 직선직 선거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10월 26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각 교구별로 실시된 직선직 중앙종회의원 선거에는 전체 선거인단 3천580명 중 2천595명이 투표에 참여해 72.48%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율 72.5%…높은 투표율 아니다
이같은 투표율은 공교롭게도 2002년 10월 31일 실시됐던 13대 종회의원 선과와 거의 같다. 13대 당시 직선직 종회의원 선출은 전체 유효선거인 3천229명 중 2천339명이 투표에 참가해 72.4%의 평균투표율을 보였었다. 당시는 12대때 보다 8% 정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이번 14대 선거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72.5%의 투표율은 세간의 각종 선거에서의 투표율에 비한다면 비교적 높은 투표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3천5백여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작은 단위의 선거 치고는 결코 높은 투표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종단 운영에 대한 종도들의 보다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선거가 중지되거나 무산된 불국사, 관음사와 후보가 1명만 출마한 금산사를 제외하고 당선된 76명의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중 새얼굴은 모두 32명. 전체의 42.1%에 달한다. 법주사, 은해사, 해인사, 고운사, 봉선사 등 5개 교구의 종회의원이 모두 새얼굴로 바뀌었으며, 직능직에 진원 재현 지명스님등 3명, 비구니에 일운, 일초, 성정, 일번스님 등 4명이 14대 중앙종회에 새롭게 등장했다.
32명 새얼굴… 전체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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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됐다. 투표일인 10월 26일 직할교구 투표소로 스님들이 들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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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는 금권선거에 대한 시비가 특별히 불거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종회의원 입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서는 '6당4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해 금권선거의 더러운 양상은 음지에서 더욱 활개를 쳤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종단이나 선관위 차원의 공식적인 선거감시단이나 출재가 단체의 부정선거감시활동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은 결과로 해석 되기도 한다. 심지어 전체 선거과정을 관장하고 부정선거를 감시해야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장이 "선거 감시는 선관위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해 종도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보였다. 직할교구의 경우 한 후보스님이 종책을 담은 자료집을 제작, 배포하는 등 세력보다는 종책에 근거한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유권자들의 자세 또한 공정한 선거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는 평가다. 직할교구에 출마했던 한 스님은 "선거비용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비리의혹 스님 모두 고배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자격문제가 불거지거나 교계 안팎에서 비리의혹으로 지적을 받은 후보들이 모두 낙선 또는 선거 무산, 불출마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사설사암 소유와 종단명칭 무단사용 등으로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으로 부터 '후보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현법스님의 경우 법주사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으며, 부산 선암사 토지 매각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던 중원스님의 경우 관음사 교구출마했다가 입후보 방해 논란끝에 선거 자체가 중지됐다. 불교중앙박물관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았던 보정스님은 "종단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출마를 하지 않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중앙종무기관에서 소임을 맡고 있거나 선거직전 사직한 스님들의 출마도 화제가 됐다. 전 총무국장 정범스님이 직할교구에서, 전 기획국장 성묵스님이 고운사, 전 감사국장 선문스님이 동화사에서 각각 당선됐으며 현 포교원 포교부장 일관스님이 봉선사 교구에서 당선됐다. 현 포교국장 재현스님이 직능직 포교분과에 당선됐으며, 현직 포교연구실장 진명스님도 관음사 교구에 출마했으나 선거가 중지됐다. 종정예경실장 선각스님 역시 직능대표 종회의원으로 선출됐다.
중앙종무기관은 아니지만 파견기관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현 단장 종훈스님이 직능직에, 전 사무국장 성효스님이 용주사 교구에서 당선됐으며,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지현스님도 직할교구에서 당선됐다.
두 '이사장 스님' 당선 낙선 갈려
재단 이사장 직에 있는 두 스님의 출마도 눈길을 끌었다.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인 영배스님은 '종립학교 이사장의 종회의원 출마는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직능직 종회의원에 출마, 당선됐으며, 현 불교방송 이사장 도후스님은 신흥사 교구에 출마해 2등과 동수의 표를 얻었으나 법랍순으로 순위를 정해 낙선했다.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의 특징적인 면은 무투표 당선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13대 종회의원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교구는 모두 8곳이었으나 14대에서는 1곳 늘어난 9곳의 교구본사에서 후보자의 수가 교구 선출 정수보다 작거나 같게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이 무투표 당선의 과정이 교구본사에서의 여법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제로 후보자 수를 조정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투표 강제' 곳곳서 불협화음
불국사의 경우 정상으로 후보등록한 종문스님을 교구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누락했다가 후보자격이 인정되지 않았다가 번복되기를 반복하는 혼란을 겪어 결국 선거가 연기됐으며, 관음사 역시 일부 스님들이 '교구 선관위가 입후보를 방해했다'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선거가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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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할교구 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위해 투표함을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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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금산사의 경우에는 당초 4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평상스님이 23일 사퇴서를 제출하고 성우스님은 후보자격이 인정되지 않았으며 원혜스님도 선거 전날 후보 사퇴했다. 결국 단독 후보가 된 현 종회사무처장 법진스님만이 무투표 당선됐다. 그러나 금산사 교구 선관위가 투표 실시 전날 중앙선관위에 선거연기를 요청하는 등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투표로 선거가 마무리된 해인사와 은해사 역시 논란을 빚었다. 해인사의 경우 입후보 과정에서 방해를 받았다며 현진스님이 중선위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은해사는 "입후보 말라"며 상대 후보측으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호법부와 선관위에 고발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선관위 갈팡질팡…혼란 부추겨
이번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도공스님은 선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감시는 선관위의 업무가 아니라 호법부와 총무원이 할 일"이라고 발언해 "선관위 본연의 업무조차 모르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불국사 후보 확정을 둘러싸고는 더욱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초 교구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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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중지 공문 못받았으니 무투표 당선" 선관위 "전화 통보, 불국사 주장 법적효력 없어"
선거가 연기된 불국사 교구선관위가 종상 정문스님에 대해 무투표 당선을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조계종 11교구 불국사선관위는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인명부 미확정에 관한 아무런 공문을 받지 못했으므로 선거는 유효한 상태이며, 자동으로 종상 정문스님에 대한 당선은 확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문을 불국사선관위로 보내지는 않았으나 전화로 선거연기 사실을 교구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으며, 선거인명부를 확정하지 않았으므로 선거는 자동 연기되며, 교구선거관리위원회의 그같은 주장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국사 측이 논란을 계속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제11교구 불국사는 3명의 후보가 등록했으나 후보 종문스님에 대해 교구선관위가 입후보를 누락해 중앙선관위가 후보자격에 대해 인정과 불인정을 번복하다 급기야 선거인명부를 확정하지 못해 선거가 자동 연기됐었다. |
로부터 후보등록 접수증을 교부받고 기호까지 정해진 종문스님이 "교구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보고를 누락했다"며 이의를 신청하자 10월 20일 회의에서는 종문스님의 후보자격을 인정했다.
그러나 다음날 열린 회의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종문스님의후보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번복했다. 그러나 선거 전날인 10월 23일 회의에서는 불국사의 선거인명부 확정을 결정하지 않아 사실상 재선거를 결정했다. 한가지 사안을 놓고 두 번 세 번 번복을 거듭한 것이다.
불국사 분란 불씨 제공
그러나 불국사는 "중앙선관위가 선거연기에 대해 공문으로 알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상 정문 스님의 무투표 당선을 주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앙선관위가 분란의 씨앗을 제공했다는 오명을 쓸 수 있게됐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문을 불국사선관위로 보내지는 않았으나 전화로 선거연기 사실을 교구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으며, 선거인명부를 확정하지 않았으므로 선거는 자동 연기되며, 교구선거관리위원회의 그같은 주장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선거법' 역시 많은 지적을 받았다. 현행 중앙종회의원선거법은 선거일 3일 전에 선거인명부를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누가 투표를 하게 되는지도 모른채 선거활동을 해야하는 불합리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교구선거에 출마했던 한 스님은 "선거가 임박하도록 선거인명부가 후보자에게 교부되지 않아 유권자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득표활동을 해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총무원장 선거와는 달리 후보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 난점도 지적됐다. 총무원장 선거의 경우 후보자 홍보물이 선거인단에게 교부되지만 중앙종회의원 선거의 경우 선거인단에게 종책자료집이나 후보자 소개 등 아무런 홍보물도 주어지지 않아 종책선거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물론, 인맥과 금권을 통한 선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선거현장 곳곳에서 쏟아졌다.
종무원 선거 업무과중…대책 마련되야
또 부재자투표가 실시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교구 투표소에는 군법사 스님이 휴가를 내어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거주사찰이 먼 지역에 있는 경우 전날부터 교구 투표소에 숙소를 정하고 다음날 투표에 참여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선거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 종무원 부족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업무는 중앙종회사무처에서 관장한다. 관련 법령에서는 선거업무에 종앙종무기관 종무원이 파견되어 업무를 돕도록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었다.
3~4명의 중앙종회 사무처 인력이 선관위는 물론 각종 위원회의 업무를 모두 담당하다보니 업무가 최대 처리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과중해 원활한 선거 업무가 진행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선거 일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1백수십명의 후보자와 3천5백여명의 선거인단을 점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갈팡질팡하는 행보에 선거 전체가 휘둘렸다는 비판은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선거업무를 비롯한 종무행정 전반을 관장할 총무원장 스님은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불교교류대회 참석을 이유로 10월 25일부터 5박 6일간이나 총무원을 비우고 있어 '선거 업무 전체가 허공에 뜬 상태로 선거를 치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능선출 제대로 하라…곳곳서 제목소리
이번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서 눈여겨 볼 점은 그동안 침묵했던 선원과 강원, 비구니 스님들이 올바른 종도대표 선출을 요구하며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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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강원교직자회는 직능대표 종회의원 후보를 직접 내는 등 목소리를 높였으나 관행의 벽에 막혀 관철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동학사에서 열린 전국강원교직자회 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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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대표 종회의원에 2석이 규정되어 있는 선원과 강원의 경우 전국선원수좌회와 전국강원교직자회가 독자적으로 후보를 선출해 입후보하기도 했다.
선원과 강원은 직능대표 종회의원이 또다시 '나눠먹기'로 계파에 따라 분배되자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10석이 배정되어 있는 비구니스님의 경우도 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회의 일방적인 후보 결정에 반발해 직선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직능대표의 선출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는 관행이라며 계파에 따라 20석을 분배했으나 이 과정에서 직능대표의 본래 정신을 살려야한다는 목소리와 관행에 따르자는 목소리가 충돌해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직능대표 선출 구태 재연
비밀회의로 진행되는 직능대표선출위원회 회의의 특성상 전말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제대로된 직능대표 선출'을 주장하며 회의장을 퇴장한 정념, 수경스님 역시 자신의 지분은 결국 포기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직능대표선출위원 역시 '관행대로' 계파에 따라 20석을 사이 좋게 나누어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직능대표선출위원회는 "다음 종회에서 직능대표 선출관련 법을 개정하자"는 결의를 하기로 했으나 현재의 조계종의 모습으로는 무척 요원한 일로 보인다. 종도들의 변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10월 26일 직선직 종회의원으로 선출된 교구별 종회의원은 11월 3일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확정을 거친후 당선증을 교부받는다. 또 11월 3일 열리는 중선위 회의에서는 선거연기와 중지가 결정된 관음사와 불국사 교구, 그리고 1명의 후보가 입후보 하지 못한 금산사에 대한 재, 보궐 선거 일정을 확정한다.
중앙종회의원은 종도 대표 입법기구 명심해야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 개원은 11월 13일로 예정되어 있다. 제14대 종회는 13대 종회가 개악한 종무원법 개정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대 종회는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녹이고 조계종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종회의원 개개인이 영달이 아닌, 사부대중을 대신해 종단의 갈 길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것이 본연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종도들이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본 것도 이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