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종책운동 펼친 정범 스님-법보신문   2006-10-27 (금)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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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인맥 대신 종책 승부했다”
■유일하게 종책운동 펼친 정범 스님
기사등록일 [2006년 10월 27일 금요일]

자료집-선거용 홈페이지로 공약제시
“선거공약은 최선 다짐하는 내 서원”

교계 종회의원 선거제도는 그 역사만큼이나 일천하다. 선거제도가 미비하다보니 종회의원 선거라고 해도 종책토론회 한 번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 투표를 해야 하는 대다수 유권자 스님들조차 후보자에 대해 아는 것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이를 뻔히 아는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프로필과 공약사항을 기록한 간단한 프린트 한 장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책대결이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고 그저 계파간 밀어주기나 반연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종책으로 승부를 하고 당당히 당선된 스님이 있다. 직할 교구에 출마해 당선된 정범 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 스님은 종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종책자료집을 만들어 주소를 확인한 사찰에 다 보냈고 이를 통해 비전을 제시했다. 또 홈페이지(www.jbbuddhism.org)를 통해 자신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정범 스님의 당선은 혼탁선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조계종 종회의원 선거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종회의원에 당선된 소감은?
“총무원에서 오랫동안 국장소임을 맡다보니 불교계가 바뀌려면 종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도들의 요구에 맞춰 법을 개정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때 이를 집행하는 총무원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불교계가 법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법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불교발전을 견인하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많은 스님들께 감사드린다.”

▷기존의 으레적인 관례에서 벗어나 종책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이를 자료화해 알리고자 했던 취지는?
“유권자 스님들이 후보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알음알이로 판단하거나 누구의 얘기를 듣고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미지와 친분을 넘어선 대안제시로 승부를 하고 싶었다.”

▷종책자료집이 실제 선거에 도움이 됐나?
“사실 처음에 자료집과 선거 홈페이지를 만들 때 주변에서 염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럴 여유 있으면 스님들을 직접 만나 공양 한 끼라도 대접하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종회의원의 목적이 종단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신이 종회의원에 당선되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입후보자의 의무이자 많은 종도들의 바람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선거 당일 만난 스님들 중에는 내가 만든 종책 자료집을 잘 보았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었고 참신하다며 칭찬하는 분들도 많았다. 다른 후보자 스님들보다 나이와 경륜도 적은 내가 당선된 것은 전적으로 종책으로 유권자 스님들께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종단의 미숙한 선거제도 때문에 쉽지 않았다. 종책토론회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종책과 견해를 얘기할 기회가 아예 없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 다음 선거 때부터라도 종책토론회는 각 교구별로 의무화해야 한다. 그럴 때 금권과 반연을 넘어 종단의 미래를 생각하고 불교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종회의원 선출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는 돈을 얼마 썼다는 등 구설수가 잇따르고, 금권 혼탁선거라는 지적도 많다. 돈을 안 쓰는 조계종 선거가 가능하다고 보나?
“직할의 특성상 유권자 스님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 이러다보니 지방까지 가야할 일도 많았다. 입후보하는 스님들이나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의 의식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조계종 선거제도 자체가 돈을 많이 쓰게 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럴 때 이런 폐해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종책 중에 ‘종회의원의 불징계권 삭제’ 등 합리적인 종헌종법 개정운동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종회는 많은 비판과 냉소를 받고 있지만 그에 반해 과도한 면책특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종회법 제3장 18조에 명시된 불징계권은 사실상 중앙종회의원을 징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현재 폐단도 많고 시대상황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것부터 개정돼야 한다. 수행자로서 종회의원 면책특권을 지녀야할 이유가 없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종무원법이나 선거법 등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나는 힘닿는 한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종헌종법과 형식화된 제도를 차분하게 개선시켜나가려고 한다.”

<사진설명>정범 스님이 제시한 종책 자료.

▷그 외에도 승려 노후복지 향상이나 직할교구 내 개별사찰을 특성화하고 포교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런 공약들을 어떻게 지켜나갈 계획인가?
“이들 문제는 우리 불교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주요 현안에 대한 상시적 간담회를 실시하고 교계단체를 방문해 의견을 들을 것이다. 또 전문가와 더불어 종책토론회를 개최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하려 한다.”

▷이번 당선자 중에서 유일한 30대로 최연소 의원이 됐는데 앞으로의 각오는?
“종회의원은 간판도 권력직도 아니다. 내가 굳이 공약을 내세운 것은 이들 현안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종회의원으로서의 내 원력이다. 나는 앞으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4년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때 나를 다시 평가해 달라.”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874호 [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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