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암에 대한 창건주 권한 승계를 비롯해 중창주 권한 신설, 산내암자에 대한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한 사찰법 제정안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
중앙종회는 9월20일 187차 임시회를 속개하고 종헌종법 특위가 발의한 사찰법 제정안에 대해 긴 논란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제정안에 따르면 “사설사암의 창건주 권리는 창건주권리자의 은사와 도제(법 건당 상좌 포함), 사형사제, 사형사제의 도제에 한하여 승계할 수 있다. 다만 1회에 한해 본종 승려에게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종헌종법 특위는 사설사암의 창건주 권리 승계와 관련해 일부에서 창건주 권리를 임의대로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창건주 권리는 창건주권리자의 도제, 사형사제, 사형사제의 도제에 한해 승계”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종회의원들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장시간 논란을 빚었다. 특히 일부 종회의원들은 “창건주 권한은 창건주의 고유권한임에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경우 창건주의 권한이 극히 제한될 수 있다”며 “권한 승계는 조계종 승려 모두에게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특위위원장 법안 스님은 “사설사암의 주지직은 사자상승하도록 한다는 종헌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창건주 권한을 무분별하게 양도하는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권리 승계의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장시간 논란이 거듭되자 종헌종법 특위는 절충안을 마련, 수정 제안하면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를 통과한 사찰법 제정안은 당초 종헌종법 특위가 “사설사암의 무분별한 양도를 막겠다”는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사찰법 제정안에서 ‘창건주의 권리를 매매, 임대 등의 방법으로 임의로 양도 양수한 자’에 대해 공권정지 5년 이상의 징계를 처한다는 징계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 징계조항 역시 대부분의 창건주 권한에 대한 양도가 계약서 등 별도의 서류작업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계좌추적 등의 수사권을 갖고 있지 못한 종교단체에서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찰법 제정안에서는 또 산내암자에 대한 규정도 마련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교구본사 및 말사주지는 관할 산내암자에 산중고유 방식으로 추천된 스님을 감원으로 위촉하며 감원의 자격은 말사 주지 자격에 준하도록 했다. 또 교구본사 주지는 분담금 납부에 관한 법에 의해 산내암자에 대해서도 분담금을 책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내암자의 경우 조계종 산하의 본말사와 동등하게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중앙종회는 이어 총무원장 스님이 발의한 직영사찰법 개정안도 원안대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직영사찰법 개정안에 따르면 직영사찰의 관리인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면 연임할 수 있도록 임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다만 임기 중이라도 종헌종법을 명백히 위반했거나, 업무평가 결과 재임의 기준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 분담금을 미납하는 경우, 종무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해서는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직영사찰의 지정과 관련해서도 “지역거점 도량으로서 종단의 정책과 지침에 따라 종단의 목적사업을 수행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정이 극히 우량해 종단 목적사업을 위한 재원을 충당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찰의 재산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실되는 경우, 사찰분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타종단과 분규로 점유권이 확보되지 못한 미입주 사찰의 경우”에 대해서는 직영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