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불교계의 현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제 자신 스스로의 제 스스로의 양심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려 이렇게 절을 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이 교정에서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부처님 앞에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음을 상기하고 힘을 얻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조계종 중앙종회 초선의원으로 그동안 서산 가야산 송전철탑 및 관통도로를 막기 위해 온 몸으로 맞서왔던 정범 스님이 10월 4일 오전 9시 돌연 동국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엄한 의식에 참여하듯 장삼을 착용한 스님은 미리 준비해온 작고 얇은 매트를 시멘트 맨바닥 위에 깔았다. 그리고 스님은 한 배 또 한 배 정성을 다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신정아 씨 학력 위조로 시작된 한국 사회 자화상 속에서 불교계 또한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깊은 수렁의 근원지였습니다. 그러나 더 비통한 것은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동국대 동문으로서나 종단 종회의원으로 보나 어느 것 하나 자유로울 수 없음에 거듭 참회하고 참회할 뿐입니다.”
시간이 뚝뚝 흘러 점심이 지나 오후로 접어들었다. 더운 숨결과 함께 이마와 목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의 속도도 더불어 빨라져 갔다. 잠깐 잠깐의 휴식과 함께 반복되는 스님의 절. 그럼에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아랑곳 않았으며 간혹 서늘하고 냉소적인 시선들이 스님을 향하고는 했다. 다만 시무외인으로 ‘중생들의 근심걱정과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거대한 부처님의 따스한 눈길만이 종일 스님을 굽어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누군가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그 분들을 탓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잘못은 나와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 위조 유혹의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고자 신정아님에게 돌을 던지고 미워했던 마음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성실하고 모범되게 공직을 수행하고자 했으나 지켜주기는커녕 돌아앉아 비난했던 변양균님에게 죄송한 마음과 안타까움에 이 참회를 드립니다. 또 동국대 이사 스님들과 종단의 선배 스님들 또한 잘 모시지 못한 결과로 이 같은 상황이 초래하게 됨에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남 탓하지 않고 나 자신부터 참회하고 바꿔나가겠다’는 정범 스님. 스님은 연기처럼 매웁고 자욱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질 때까지 절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다.
지난밤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는 스님은 “부처님께 송구스럽고 불자님들께 죄송하고 국민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이 작은 나의 참회 인연으로 단 한 사람이라도 불교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더 바람이 없겠다”고 강조했다.
썰물이 지나간 듯 인적이 끊긴 고요하고 황량한 캠퍼스의 밤. 뼈를 깎는 스님의 아프고 외로운 참회정진만이 깊은 어둠을 털어내고 있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919호 [2007-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