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따지는 법규위마저 불법 논란 (불교포커스 2008-12-04)   2008-12-05 (금)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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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따지는 법규위마저 불법 논란
2008년 12월 04일 (목) 09:56:54 신혁진 기자 webmaster@budgate.net

조계종 법규위원회는 종법이 종헌에 위배되었는지 여부를 심판하고 종령과 규칙, 행정처분의 종헌 종법 위배 여부를 심판하는 기구다. 또 중앙종무기관 간, 중앙종무기관과 지방종무기관 간의 권한에 대해 다툼이 있을 경우 심판하는 기구다. 다시 말해 사회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종헌기구다. 조계종의 근간이 되는 종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종헌의 정신에 위배되는 종법 조항과 행정처분으로 불이익을 받는 종도가 없도록 한다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그런데 요즈음 법규위원회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잡음이 들린다. 법규위원들이 법규위원장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하는가하면, 중앙종회의 종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규위원회의 조직과 운영원칙을 규정한 '법규위원회법'도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된다. 그러다보니  본사주지선거가 잘못됐다며 본사주지 후보였던 스님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규위원회에 동시에 산중총회 무효 확인을 요청하는 청구를 내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종도들조차 법규위원회가 최후의 구제기관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위원장 불신임…새 위원장 선출

법규위원회는 지난 11월 4일 부위원장 법의스님이 소집해 연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천제스님이 불참한 가운데  위원장 불신임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불신임 사유는 ‘위원장의 일방적인 위원회 운영’. 불신임안을 가결한 위원들은 천제스님이 법규위원회를 파행으로 운영하거나 참석하지 않아 고의로 회의를 무산시키기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어 2일 열린 회의에서는 임시위원장 법의스님이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도 천제스님은 불참했다. 이과정에서 회의에 배석했던 종단 법무전문위원 정석원 변호사가 “천제스님의 불신임은 법적 타당성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가, 법규위원회 간사 성천스님 등으로부터 “발언하라고 허락한 적 없다. 발언 중단하고 뒤로 물러나 앉으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발언권을 얻은 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종회에서 선출하는 각 위원의 권리와 지위는 종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선출은 종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해임은 규정에 없다”며 “중앙종회에서 ‘기타안건’으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법규위원 성천스님은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사회단체에 여러 차례 자문을 거쳐 결정한 일”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법규위원 정호스님도 “종단 변호사의 자문은 그렇지만, 법규위원이 불교 전통의 대중공사를 통해 동의한 것”이라며 “법규위원 해임이 아닌 위원장 불신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 법규위원회는 위원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법규위원회법은 위원장에 대한 별도의 임기규정 없이 법규위원 임기 4년만 규정하고 있으며, 임기만료로 새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최초 회의는 중앙종회 의장이 소집토록 하고 있다. 법규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불신임된 천제스님 후임으로 화범스님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11월 실시된 법규위원회 종정감사(참석 의원 정휴, 정범, 승언스님)에서 중앙종회의는 “법규위원장 불신임 결의는 법률적인 타당성이 없으므로 취하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역시 종법 미비를 인정한 것이다. 법규위원회는 “피감자로서 감사스님의 지적을 존중하고, 염려의 뜻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겠다”는 입장을 밝혀 위원장 불신임에 대한 뜻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종단 각 기관·사회법에 함께 제소

법규위원회가 위헌 종법 심판기구이자 종도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최후의 종헌기구라는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어사 주지후보 선거에 출마했던 덕륜, 광탄스님은 본사주지 선거가 잘못됐다며 지난 3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규위원회에 동시에 산중총회 무효 확인을 요청하는 청구를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 명부에 대한 이의신청 기한을 넘겼으며, 여여정사를 종단에 등록했으며, 일부 선거인 자격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실익이 없다”며 두 스님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덕륜, 광탄스님은 이 문제를 사회법에도 제소, 1심에서 패소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한 종무기관의 행정처분이 종헌종법에 위배됨을 판단해야 할 법규위원회에 ‘산중총회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를 한 것이다. 법규위원회는 청구서 제출 9개월 만에 예비심사를 통해 “관장사항이 아니므로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법규위원회에 청구서의 사전 심사를 담당하는 단계가 없기 때문에 관장사항이 아닌 청구조차도 전체회의에서 결정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3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3개의 지정재판부를 두어 헌법소원심판의 사전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독립 종헌기구인 법규위원회 위원 9명 전원을 중앙종회에서 선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책모임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앙종회에서 법규위원을 선출하다보니 엄정해야 할 법규위원회에도 각 계파의 영향력이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같이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 대통령 3인과 유사한 형태로 선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청구시한·위헌제청 단계도 없어

청구 시한에 대한 규정도 없어 2005년에 제적된 스님이 2007년 12월에야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기본권 침해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기본권의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둘 중 어느 하나의 기간이 지났으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게 된다.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거치고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구제절차에서 내린 최종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조계종 법규위원회법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다.

위헌종법 심판의 경우에도 종법 미비가 나타나고 있다. 호계원에 위헌제청신청 단계가 없다보니 청구인이 직접 위헌심판을 별도의 단계 없이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호계원 재판과정에서 적용되는 종법이 위헌 소지가 있으니 법규위원회에서 위헌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구를 당사자가 직접 법규위원회에 청구하는 구조다.

조계종 법규위원회는 종법령에 의한 다툼 과정에서 종도들의 권리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종헌에 근거해 법규위원회의 권위와 종도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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