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출연 취지는 동의, 시행 일러”(법보신문 2010-04-20)   2010-04-20 (화)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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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출연 취지는 동의, 시행 일러”
조계종, 토론회…“종도 설득 노력 부족” 지적
“노후복지·교육 대책 없이 강제해 반발 생겨”
총무원, ‘개인명의 재산’으로 령 명칭 변경해
기금위엔 각계 전문가 포함…유언장만 받기로
기사등록일 [2010년 04월 20일 10:48 화요일]
 

“스님이 재산이 있다면 종단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법의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노후복지나 교육 등 종도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한 시점에서 시행은 이르다.”

조계종의 ‘승려 사유재산 종단 출연’과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종단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총무원(총무원장 자승)이 4월 19일 개최한 ‘승려 개인명의 재산의 사후 등에 따른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도 입법 취지는 동감하되, 종도들의 이해가 부족한 만큼 시행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규위원 법선 스님은 “출가연령이 50세다. 현실적인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며 “법은 좋지만 출가자의 복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시행하면 수희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구니회 사회국장 정휴 스님도 “홍보와 설득이 부족했다. 령에 대한 반감은 종단을 믿지 못하는 것과 출연 재원이 투명하게 사용되느냐에 대한 우려”라며 “두 가지만 종단서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면 공감할 것 같다. 시행도 희망자, 공직에 있는 분, 법랍 높으신 분 등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은 대부분 사설사암에서 지내 교구와 밀접하지 못해 항상 소문으로 종단 소식을 들어 반감이 많다”며 종단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했다.

수좌 스님들을 대표해 참석한 성산 스님과 금봉 스님은 유언장과 사인증인계약서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선원대표 성산 스님은 “선원의 스님들은 죽을 각오로 사는 분들이 많다”며 “갑자기 종단에서 재산 관련 계약서가 첨부된 유언장을 쓰라니, 몇몇 스님들처럼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생에 원 없이 수행함이 출가수행자의 본분”이라며 “목숨 바쳐 수행하며 무소유를 행하는 수좌들에게 유언장 쓰라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선원대표 금봉 스님도 “노후복지에 대한 보장을 확실히 해주고 유언장을 쓰라면 이런 토론회도 필요 없을 것”이라며 “어느 수좌는 병들었는데 병원도 못가고 있다 속가서 방 한 칸 마련해줘 지내는데 내놓으라니 탈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에서는 유언장을 강요하지 않고 양로원 등 혜택을 주는데 종단에서는 이런 대책도 없이 유언장을 강요하면 반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 악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법을 통과 시킬 땐 본사 주지 스님 등이 반발할 거라 여겼는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신 선원 스님들이 왜 불쾌해하는지 조금 당황스럽다”며 “스님들을 옥죄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본의 아니게 생긴 재산이 속가로 빠져 나가는 등 삼보정재의 유실을 막자는 것이다. 유언장은 사망 후에 효력이 발생하며 5년 후에 다시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각 스님은 “오히려 유언장 작성은 청정함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우선 종단에서 노후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시범 케이스라도 보여줘 종단에 대한 불신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집행부 위주의 기금운영위원회의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고 투명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기구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노후복지와 관련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수도권 강북, 강남 지역 중 봉선사와 용주사 인근에 스님들을 위한 시설을 구상 중"이라고 답했다.

이날 ‘승려 사유재산’에서 ‘승려 개인명의 재산’으로 령의 명칭을 바꾼 것을 밝힌 총무원은 토론회 참석자들의 지적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선원대표 스님들이 사인증여계약서 작성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논란거리는 없애기로 했다. 사인증여계약서는 생략하고 유언장만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기금운영위원회는 교육과 복지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를 위원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기금 출연과 관련 본사가 기금이 필요할 경우 종단서 권장하며 강제하지 않고, 기금은 분담금 형식으로 10~20%를 명기하고 ‘총무원장이 요구할 수 있다’를 ‘납부할 수 있다’로 수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키로 했다.

한편 토론회장은 재산 출연 등에 반발하는 스님들의 탈종 얘기가 나오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공론의 장에서 선원대표 스님들의 지적에 “도인 스님들께 유언장을 쓰라고 해 미안하다”며 “할을 하시니 전구라도 떨어졌으면 꼬랑지를 내릴 텐데 안 그러니 그럴 수는 없다”라는 등 농담조로 응해 토론회 분위기를 흐리기도 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46호 [2010년 04월 20일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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