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책질의 답변, 왜곡·누락 등 '심각' |
| 183회 임시회 자료집 분석…"의원 스스로 성찰" 자성목소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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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개회한 조계종 중앙종회 183회 임시회 모습. |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수단 가운데 하나인 조계종 중앙종회의 종책질의에 대한 총무원 등의 답변이 가관이다.
183회 임시회를 앞두고 중앙종회가 총무·교육·포교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등에 답변을 요구한 '질의 및 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성실한 답변이 있는가 하면 이와 대조적으로 무시하거나 교묘히 피하는 등 불성실한 답변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질의는 총27건으로 기관·부서별로는 총무부 8건, 기획실 1건, 재무부 4건, 문화부 1건, 사회부 3건, 호법부 1건, 포교원 4건, 한국불교문화사업단 2건, 전통불교문화원 1건, 공동질의 2건 등이다.
이 가운데 주를 이루는 '성실한 답변'은 대부분 민감하지 않은 사안이다.
종단선양을 위한 호법성인 추모에 대하여(태연스님, 총무부), 조계종 소속 종무원 실태파악에 대하여(진화스님, 총무부), 조계종 명칭 변경에 대하여(정범스님, 총무부), 종단 사찰등 인터넷 홍보현황에 대하여(재현스님, 기획실), 종단 재정구조 합리화 방안에 대하여(태연스님, 재무부), 토지처분금 및 대토현황에 대하여(승언스님, 재무부), 위법한 사찰 부동산 처리결과에 대하여(현조스님, 호법부), 포교사단과 포교사의 활용방안에 대하여(주경스님, 포교원), 전통불교문화원 시설공사 및 운영에 대하여(종호스님, 전통불교문화원) 등이 그 예다.
일례로, 전통불교문화원에 질의한 종호 스님은 크게 2가지를 답변을 요구했다. 하나는 총사업비와 사업기간, 설계감리시공업체, 설계비, 시공비 등 전체 불사내역을 물었고, 다른 하나는 개원 이후 이용인원, 수입지출내역, 종단보조내역, 향후 운영계획 등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전통불교문화원은 2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작성했고, '보다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별도로 설명드리겠다'고 첨언했다.
민감한 질의는 쏙 빼고 답변한 사례 허다
그러나 질의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거나 엉뚱한 답변서를 제출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허위답변까지 있다.
주지인사고과제도를 물은 월우 스님의 질의에 대해 총무부는 비교적 성실히 답변했으나, '제도시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각 사찰별 문중 연고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하지 않은채 제도 소개와 시행일정만을 담았다.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답은 회피한 것이다.
종성 스님의 '사유재산 종단 출연령 시행유보' 질의도 민감한 부분은 답변하지 않았다.
종성 스님은 홍보미흡으로 인한 오해를 지적하며 최초 홍보계획안을 제시할 것과 시행령 재검토 사유, 연기 이유와 향후 일정, 연기와 관련한 관련종무원에 대한 책임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총무부는 향후 일정과 계획,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최초 홍보계획안과 관련종무원에 대한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누락시켰다.
사회부는 질문에 대한 답변 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답변을 했다.
정범 스님은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에 대해 교계언론을 통해 보았다면서 추진경위와 주체, 활용계획 등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사회부는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사실과 그 이유를 밝히기 보다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화살을 불교언론으로 돌렸다. 책임 떠넘기기로 비춰질 수 있는 답변이다.
당시 불교계언론은 지난 1월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회 결의내용을 근거로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건립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 아니라 "추진키로 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총무원사회부, 질문요지 몰라 엉뚱한 답 '황당'
사회부는 불교단체 국제구호기금 배정내역에 대한 승언 스님의 질의에 대해서는 동문서답 답변을 제출했다.
승언 스님은 '아이티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국제구호기금을 기독교계열 단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기금의 단체배정 내역을 종교별로 구분해 제출해달라.'고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요지는 정부의 기금이 민간단체에 배정되고 있는 내역을 파악해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인데도, 사회부는 아이티 참사 구호에 대한 답으로 일관했다.
사회부는 '정부는 재난구호와 관련해 민간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종단에서도 1억원의 자체예산으로 아이티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질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답이다.
승언 스님의 질문의 요지는 한국국제협력단에 등록된 72개 민간단체별로 지원받은 금액과 단체의 종교별 구분을 자료요청한 것이다. 2009년 정부는 민간단체지원사업을 통해 72개 단체에 60억여원을 지원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답변은 한술 더 뜬다.
범해 스님은 '사찰음식점 바루 위탁운영의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라는 제하의 질의를 통해 크게 3가지 답변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해 시식기간중 시식인원과 불교문화사업단의 시식비 지원내역, 수익금, 장부처리에 대한 범해 스님의 질의에서, 불교문화사업단은 다른 부분은 일체 언급없이 "시식기간중 발생한 보시금은 장부상 계상되어 시식기간중 발생한 비용으로 지출됐다"고만 답했다. 질문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또 개점 이후 운영실적과 계약내용, 운영자, 직원수, 자격증취득 여부, 총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적립금 등을 묻는 질문에서는 "6개월간 매출이 4억6천1백만원이 발생했고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금 6천만원 전액을 목적기금으로 적립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토를 달았다. "자세한 내용은 방문하면 보고하겠다"고 첨언했다.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질의의원에 자료를 별도제출하는 다른 부서와 달리 직접 방문할 것을 요구한 고자세형 답변이다.
문제는 이같은 답변은 지난 2월 열린 2차 운영위원회에서 보고된 내용과 다르다는 점이다. 불교문화사업단은 당시 운영위에서 목적사업기금(6,000만원)을 제외하고 발생한 순이익이 1,400만원이라고 보고했다.
이대로라면 중앙종회 답변서 또는 운영위원회 보고내용 가운데 둘 중 하나는 허위인 셈이다.
문화사업단, 호도 답변…"중앙종회 얼마나 무시할길래"
범해 스님은 '바루가 금당사찰음식문화원과 수의계약이 이뤄진 배경과 이유, 위탁운영방식의 타당성 검토결과'를 추가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점 준비과정에서 대안스님이 적임자로 평가되었기에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대안스님이 대표로 있는 금당사찰음식문화원과 위탁계약을 맺었다"고 응답했다. 운영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국고보조금과 종단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불교문화사업단의 불친절한 답변은 매우 심각하다.
선문 스님은 '불교문화사업단의 성과급 지급에 대해'라는 질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없는데 왠 성과급이 지급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어떤 사업의 성과로 지급됐는지, 얼만큼의 수익이 발생했는지 구체적 경위와 내역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불교문화사업단은 도덕적 해이로 비칠 수 있는 답변을 했다.
2009년 주요사업 성과로 '수익사업이 아닌' 템플스테이사업을 든 것이다. 총 참가인원 25% 증가, 2010년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아이콘으로 선정, 2009년 한국대표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선정, 국제관광박람회 최우수부스상 수상 등 4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급내역은 인사평가에 따른 차등지급을 이유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록했다. 지급총액은 밝히지 않았다.
총무원과 산하기관 답변의 부실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불교 호스피스 협회에 대하여(종호스님), 지난 종책질의의 결과이행을 물은 문화관광해설사에 대하여(무자스님) 등도 알찬 답을 하지 못했다.
중앙종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 충실하지 못한 것은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매 회기마다 부실한 답변에 대한 지적은 늘 있었다. 그러나 종책질의는 시간에 쫓겨 서면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실한 답변이 계속돼도 중앙종회가 지적을 하지 않으니 부실답변이 관행화된 것이다.
이 점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종회가 스스로 권위를 세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앙종회가 종책질의만 잘 활용해도 총무원의 주요 종책에 대해 문제 지적과 건전한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
한 중앙종회의원은 "답변이 부실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총무원이 중앙종회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겠느냐"면서 "종책질의가 종단발전을 앞당기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중앙종회의원들이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10시 속개하는 183회 임시회는 '종책질의'를 여섯번째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중앙종회가 종단의 주요종책에 대한 질의와 답변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