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승 결혼을 허용하던 종헌이 지난 종회에서 전격 폐지된 뒤 이제 원로회의 인준 과정만 남겨 놓고 있다. 17일 현재 한 명의 원로의원 스님을 빼고는 모두 개정된 종헌을 크게 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회가 끝난 뒤 종회의장 보선스님은 원로의원 스님들을 찾아 뵙고 일일이 인사를 했다. 스님들은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종회의원들이 나서준 데 대해 크게 치하하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로스님들 뿐만 아니라 종단 중진, 군신자들 까지 이번 종헌 개정을 적극 반기고 있다. 결혼을 한 군승들 중에서도 찬성하거나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수급이나 장기 복무 지원자 감소 등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종헌개정을 반기는 이유는 종단 정체성 확립이라는 대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일제가 강제로 도입한 대처승 제도를 없애고 부처님 당시의 청정비구 승단을 세우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출범한 조계종단에 어떠한 이유든 대처가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혼 예외조항 철폐라는 대원칙을 세운 뒤 종단과 중앙종회 그리고 군종교구는 함께 머리를 맞대 현역 군승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고 군 포교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후속 법개정을 위해 소위원회를 꾸렸다.
그런데 일부 군승들이 모여 종헌 개정 인준 반대를 청원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모인 영관급 군승들은 ‘원로대덕 큰스님들의 판단에 군 포교 성패가 달려있습니다-종헌 9조2항 삭제에 관한 군승들의 입장’이라는 문건을 육.해.공군 군승일동 명의로 원로스님들에게 전달했다. 주장의 요지는 군승독신 제도가 장기복무자를 감소시키고 비구승으로 모두 전환되는 20년간 독신자와 결혼자 간에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군승으로 복무한 뒤 조계종 승려로 복귀한 스님들의 모임인 ‘예비역 군승모임’이 지난 16일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발표요지는 이렇다. “군승독신제도는 종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군포교에도 도움을 주게되며 이로인해 수급과 전문가 양성도 원활하게 될 것이다.” 또 현역 기혼 군승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대해서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법적으로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종헌개정을 추진했던 정범스님도 따로 원로의원스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문안을 배포했다. 지금까지 군 포교를 둘러싸고 군승과 종단.사찰 사이에 틈이 있었던 것은 군승들의 결혼 때문이었다는 것이 스님의 분석이다. 상좌를 들였는데 결혼을 하는 바람에 문중과 소원해지고 덩달아 문중이나 본사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종헌 개정으로 군승도 같은 독신승이기 때문에 지원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 군포교도 활성화 되고 결혼 때문에 머뭇거렸던 스님들의 군승 지원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종단에서는 군승들의 우려는 종법이나 종령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독신 비구승이라는 종단 정체성은 강화하고 지켜야할 지고지순하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한다. 총무원장을 역임한 한 원로스님은 “1954년 정화의 깃발을 올리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지켜낸 부처님의 정법이 1980년 군부의 위협으로 일시 흔들렸다. 이를 30년만에 바로 잡는데 군승들이 반대한다면 군승을 파견시키고 군법당을 건립하는데 큰 기여를 하신 청담 큰스님께서 통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