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표정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우연한 기회에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라마를 만나 두터운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그가 달라이라마에게 다윈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의 내용을 들려주자 달라이라마는 “이제부터 나는 나 자신을 다윈주의자라고 부르리라”고 화답했다. 이 일화는 전세계 불자들은 물론 진화와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유물론적 체계의 다윈주의가, 궁극적으로 달라이라마가 설파하는 공감과 동정의 차원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버드대학서 진화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과학과 종교는 결코 하나로 융합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통섭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최 교수는 “진화론적 시각과 불교의 연기적 관점은 너와 내가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존재의 열린 관계성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본질이자 진화하는 변화의 힘을 밝혀주는 ‘연기적 진화’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와 진화론의 공통점은 현상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인격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라며 “즉 진화론은 인격신 대신 ‘자연 선택’을, 불교는 자신과 타인의 ‘업’으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생물학적 진화에서 생명체가 주위 환경과의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어 변화해 가듯이 불교의 연기적인 진화에서도 삶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맺음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아가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이처럼 우리 시대의 잘 알려진 면역학자(우희종), 불교학자(안성두), 생물학자(최재천), 철학자(이한구), 과학기술사학자(홍성욱)가 학문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읽어내는 불교와 진화론의 관계와 담론을 담고 있다. 불교와 사회생물학, 현대 진화론의 논쟁, 기독교와 진화론의 역사, 진화론이 철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깊고 넓게 서술한다.
하정은 기자 [불교신문 2693호/ 2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