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기대어 성공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한다 (불교포커스 불기2555(2011)-01-18)   2011-01-18 (화)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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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대토와 견토지쟁
권력에 기대어 성공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한다

올해가 신묘(辛卯)년 토끼해라고 해서 새해 초부터 토끼 이야기가 많다. 신문마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 이야기까지 들먹이며 “토끼처럼 지혜롭게 살자”는 말을 하고, 토끼(兎)가 들어간 사자성어가 봇물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중에서도 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5일 열렸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하례법회에서 내놓은 수주대토(守株待兎)와 견토지쟁(犬兎之爭)은 요즈음 정부 여당과 불교계 사이의 갈등과 관련하여 뭔가 속뜻이 담겨있는 것 같이 보여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먼저 ‘수주대토’라는 말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유래를 알아보자. 그래야, 새해 덕담을 해야 할 하례법회 자리에서 총무원장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추정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중국 춘추 시대 송(宋)나라에 어떤 농부가 어느 날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다가 밭 가운데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다. (이것을 田父之功이라고 한다.) 그것을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토끼만 갖고도 먹고 살 수 있겠다’ 여기고는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지고 ‘토끼가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기만’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 농부와 가족은 굶주림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전국시대 법가(法家) 사상가로 명성을 떨친 한비(韓非)의 어록인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데, 세상 사람들은 흔히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 관습에 매달려 변화를 꾀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질책하면서 이 고사를 인용한다.

그런데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갖고 불교계를 우롱한 정부 여당에 화가 나서 대화 단절을 선언하고 나섰던 총무원장이지만, 불교계 내부를 성찰해보니 “불교계야말로 ‘혹 자기 밭을 지나가던 토끼가 나무에 부딪혀 죽기만 기다리는 어리석은 그 농부’처럼 ‘전통사찰 보호’ ․ ‘템플스테이 지원’ 등등의 명목으로 정부에서 전해주는 예산 몇 푼에 목을 매달고 있으면서 자립의 의지를 상실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우리가 언제까지 그 어리석은 농부처럼 정부의 눈치만 보고 살아갈 것인가?”하는 솔직한 자기 고백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수주대토’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총무원장의 답답한 가슴을 이해하고, 이제라도 자주와 자립의 의지를 확실하게 세워가고 있는 데 대하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주대토’ 이야기는 웬만한 사람이며 대충 아는 이야기지만, 총무원장이 ‘견토지쟁’이라는 고사까지 내놓자 “이게 무슨 이야기지?”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왕에게 중용(重用)된 순우곤(淳于髡)은 원래 해학과 변론에 뛰어난 유세객(遊說客)이었다. 제나라 왕이 이웃 위(魏)나라를 치려고 하자 순우곤은 이렇게 진언했다.
“한자로(韓子盧)라는 발이 아주 빠른 명견과 동곽준(東郭逡)이라는 달리기 솜씨가 뛰어난 토끼가 있었습니다. 개가 토끼를 뒤쫓았습니다. 그들은 수십 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쫓기는 토끼도 쫓는 개도 힘이 다하여 그 자리에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그것을 발견한 어떤 농부가 힘들이지 않고 ‘개와 토끼를 동시에 손에 넣는’ 횡재를 하였습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느라 백성들이나 병사들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서쪽과 남쪽의 강국 진(秦)나라나 초(楚)나라가 이를 기회로 쉽게 제와 위 두 나라를 다 삼켜 버리려 하지 않을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왕은 위나라를 치려던 계획을 버리고 오로지 부국강병에 힘썼다
.

이 고사는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를 전하는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편)」에 나오는데, 비슷비슷한 나라끼리 다투다 엉뚱한 강대국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경계의 뜻을 담고 있다.

자, 그럼 조계종 총무원장은 “신년 하례법회에서 이런 말을 하니 뜬금없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는 ‘견토지쟁’을 왜 거론했을까.

나는 그 속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계종의 일부 승려와 몇몇 종단에서는 조계종과 정부 여당의 갈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기회에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 그 속마음을 슬쩍슬쩍 드러내 권력에 구애를 하고 있다. 그러니 오로지 불교계 내분만을 기대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게는 이런 모습이 ‘견토지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에서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새해 덕담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조계종 총무원장의 우려는 하례법회를 전후해 여러 차례 현실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중진 ㅎ은 “총무원이 잘못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며 고위 관료를 위로하기도 하였고, 중진 종회의원인 ㄷ은 ‘정부 여당과의 접촉 금지’ 지침이 내려진 뒤로도 예산 부탁을 하러 발이 닳도록 정부 청사를 드나들고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압력을 넣기도 하였으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경북 지역의 중진 ㅈ도 종단 지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 고위급 인사를 두루 접촉하며 실속(?)을 챙기려 애쓰고 비구니계 중진인 ㄱ은 정부 인사와 중진 승려들 사이에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집권층에서도 진각종 복지재단 주최 행사에 정부 여당 인사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진각종을 칭찬해대며 지원을 약속하였고 1월 2일 천태종 행사에도 여당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가 참석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직간접으로 전하였다.

그리고 천태종 총무원장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조계종과는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천태종의 주요 행사에 정부 여당 인사를 초청할 것”이라면서 ‘정부 여당과의 밀월 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물론 현 정부의 불교 폄훼가 너무 지나치다는 불교계 전체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 “기본 원칙에는 동의한다”는 시늉을 하기는 했지만, ‘자비’와 ‘상생’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설사 조계종이 동참을 요청해도 따라갈 수 없다”고 하였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게 된 데에는 조계종 총무원에게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정치권과 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면 최소한 주요 종단의 수장에게는 대표단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 현재 주요 소임을 맡고 있지 않더라도 종단의 중진들을 초청해 사태의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의 도움을 부탁했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것을 놓쳤다. 아니 ‘챙겨야 한다’는 사실 조차 몰랐을 수도 있다. 그만큼 조계종이 총무원 바깥의 여론 흐름에 둔감하거나 “우리가 최고!”라는 독선에 빠져있음을 여실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 권력에 구애를 하고 다니는 조계종 승려들이나 일부 종단의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한 번 물어보자. “총무원이 잘못하고 있다고 공언하는 인사들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이라면 원만 수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조계종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천태종이나 정부와 조계종 사이의 갈등 상황을 비집고 그 틈에서 예산을 얻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일부 다른 종단들은 과연 조계종을 제치고 정부 여당의 도움을 받아 불교계 전체를 끌고 갈 자신이 있는가? 승려와 신도 숫자 열세뿐 아니라 종단 내부에 그럴만한 자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가? 혹 과거 독재정권시절처럼 정부 여당의 도움을 받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가? ……”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이다.

조계종단이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다른 종단들도 잘 알 것이다. 토끼를 잡겠다고 쫓아다니다가 지쳐 쓰러져 함께 엉뚱한 사람의 배를 불려주었던 한자로(韓子盧)처럼 어리석지 않다.

현재 일부 조계종 중진 승려들이나 천태종 등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혹 정부 여당의 주문을 받아 명견을 유인하는 토끼인 동곽준(東郭逡)의 역할을 해보려고 하는 듯이 보이지만 조계종과 한국 불교계는 그 뒤를 쫓아 달리는 어리석은 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칫 하다가는 명견을 유인하지도 못하고 스스로 지쳐 쓰러지고, 유인을 주문했던 권력으로부터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아무런 대가도 줄 수 없다”는 냉정한 반응만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기를 써서 애쓰고 ‘팽(烹)’이나 당하는 어리석은 일은 제발 멈추고 정신을 차리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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