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은 템플스테이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관련, 집권여당과 갈등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교교단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템플스테이 사업은 정부의 문화관광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예산지원은 당연히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이번의 지원예산 삭감은 집권여당의 졸속 처리과정에서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보여 온 종교편향적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불교계로서는 적당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조계종측은 앞으로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지원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나아가 정부 및 여당과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파국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정부 및 여당 관계자의 전국 사찰 출입금지’, ‘4대강 개발 사업 반대’ 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종단 차원의 대응책 모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불교계는 정부와 여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스스로를 한번 쯤 되돌아볼 때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선심 쓰듯 지원하는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정권에의 예속을 자초한 점은 없는가? 조계종의 이번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이 예산 삭감에 대한 일회성 분풀이는 아닌가? 전통문화의 보존 및 계승에 불교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등의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 총무원기획실장 원담 스님의 ‘템플스테이 예산이 보충되더라도 거부하고 불교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은 고무적이다. 신라 의상 스님은 토지와 노비를 시납하겠다는 문무왕의 제의에 대해 교단 구성원의 평등 구현과 탁발을 통한 건전한 교단운영을 위하여 거절하였고, 문무왕의 무모한 축성방침에 대해서는 중지할 것을 요청, 관철시켰다.
식민지불교의 유산인 정치권력에 순응하는 악습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의상의 화엄종 교단 같은 자주성을 회복하는 것이 불교계의 선결과제다. 그리고 그 실천을 위해서는 부처님 당시 가난한 여인의 소박한 한 등 공양의 사례와 같이 권력자나 부자들을 앞줄에 내세우는 대신에 권력과 돈은 없지만 신심 깊은 불자들을 더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으로서는 일제의 사찰령, 한국정부의 사찰재산관리법-전통사찰보존법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규제법령들의 해제부터 추진하고, 정부예산의 지원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불교를 정권의 획득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여 교단을 오염시켜온 정부나 정당의 근본자세부터 바뀌어야 하지만, 불교교단도 이제는 유사정치집단화 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개신교 목회자들의 ‘국고지원 템플스테이 반대를 위한 연합기도회’ 같은 반불교적 행태, 그에 편승한 정부의 종교편향정책은 불교계만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사회분열의 행위로서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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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헌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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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교계는 ‘○○관계자 출입금지’라는 현수막보다는 앙굴마라 같은 살인마도 제자로 받아들여 구제해줬던 부처님 같은 자비의 정신으로 꾸짖으면서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사회적 차별과 배제, 이념과 가치관의 갈등지대로 들어선 21세기 중생구원의 목탁과 등불의 역할을 기원하면서 본란의 집필을 마감하고자 한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