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비구니 스님이 말기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스님은 강원을 마치고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공부 중에도 도심 포교당에서 어린이 법회를 맡아 많은 성과를 올렸다. 중앙종무기관에서 소임도 살았다. 40대 초반의 이 스님은 공부와 포교에 열중하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는데는 소홀했다. 얼마 전 말기암 판정을 받아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건강보험제도 ‘기본 축’삼고
추가비용 해결 땐 체계 구축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스님을 돌볼 간병인이 없는데다 돌아갈 사찰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출가 본사와 몇 년간 법회를 맡았던 도심 사찰 모두 규모가 크고 재정이 넉넉하지만 말기암 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비구니 스님 곁을 지키는 사람은 비구 수좌다. 동안거 결제를 마치고 병원에 입원한 도반스님 병문안을 왔다가 딱한 사정을 목격하고 모른 체 할 수가 없어 간병인을 자처한 것이다. 이 수좌스님은 환자가 병 치료를 하며 거처할 사찰과 대체 의학센터를 찾고 있다. 스님은 “아직 희망을 버릴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대체 의학의 끈이라도 잡을까 한다. 설령 고치지 못한다 해도 수행자 답게 마지막 까지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수행자가 병에 걸리면 마땅히 갈 곳도, 돌 볼 사람도 없는 것이 조계종단 수행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종단도 교구 본사도 사찰도 모두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기댈 곳은 도반 밖에 없다.
종단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월주스님 총무원 당시 민간보험을 통한 지원 제도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중앙종회에서 승려노후복지 관련 특위가 결성돼 ‘승려노후복지법’ 제정안이 종회에 상정돼 있다. 본사 역시 스님들 의료 문제는 손놓고 있다.
<사진> 스님들 중에서도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스님과 이곳 저곳을 다니는 선원 스님들이 특히 정기적 검진을 받지 못해 더 위험하다. 결제를 마치고 떠나는 선원스님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스님들 의료지원체계 구축은 많은 비용이 들지도, 크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의료 지원을 필요로 하는 스님은 출가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스님과 소임이 없어 수입이 없는 스님들이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보험을 기본 축으로 추가 비용에 대해서만 부담하면 된다.
김재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팀) 과장은 지난해 승려의료 관련 세미나에서 “내원당일 진료비 내역이 50만원을 초과한 나머지 금액 지원, 2년마다 5대암(위,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과 성인병질환에 대한 예방 검진을 실시” 등 건강보험과 연계한 의료지원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교구 승려복지금’ 활용 부족비용 충당
간병인 자원봉사자 양성…상시 연계를
해인사 ‘지원 시스템’ 본보기 삼을 만
본사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월정사 역시 김과장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월정사 박재현 종무실장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을 하고 건강보험이 부담 못하는 부분은 교구 승려복지금에서 충당하는 방안과 간병인 자원봉사자를 양성해서 상시 연계 구축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해 전 교구 본사와 종단을 통틀어 첫 승려의료지원 시스템을 마련했던 해인사의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인사는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미스님과 60세 이상 노스님, 소임을 맡지 않은 스님들 건강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기 검진제도다. 많은 스님들이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다 병을 키우고 있다. 특히 거주가 일정하지 않은 선원스님들이나 마땅한 사찰이 없는 비구니 스님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계종과 달리 다른 종교단체는 성직자 건강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원불교는 공익부 소속 후생사업회, 천주교는 공제회, 기독교는 연금재단 등에서 노후와 의료를 책임진다. 이들은 2년마다 종합검진을 실시하여 질병 예방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치료와 요양이 필요할 경우 자비부담 없이 전액 지원하여 충분히 요양을 마칠 수 있게 의료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 2511호/ 3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