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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의욕’ 결국 실천이 과제
①종단운영과 리더십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이끄는 조계종 33대 집행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조계종은 출범 이후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를 화두로 종단을 운영해왔다. 총무원장 취임 1년을 맞아 조계종의 지난 1년을 ①종단운영과 리더십 ②종책과 종무행정 ③승가교육개혁 ④대사회 활동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되돌아봤다. <편집자>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취임과 함께 내건 슬로건이다. 자승스님이 11월 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서 4대 종책모임 연대로 90%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통해 출범한 33대 집행부였다. 젊은 총무원장답게 의욕이 넘쳤고 여느 때보다 활기찬 행보를 보였다. 때로는 박수를 받았고 때로는 ‘의욕과잉’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자승스님은 1년 전 취임식에서 “33대 총무원은 소외된 이웃과 어려움을 나누는 도반이 되고, 항상 깨어있는 수행자의 본분과 초심을 잊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책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자승스님은 취임식 하루 전날 용산철거민 참사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어 엿새 후에는 도선사와 적조사를 찾아 5~60년대 조계종 정화의 주역이었던 청담스님과 경산스님의 부도탑을 참배했다. “정화정신을 계승한다는 각오로 종단을 이끌겠다”는 뜻이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일부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자승스님의 이 같은 행보는 취임초기 스스로 초심을 다지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임기 개시 첫 행보로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과 농성단을 위로했다.
구체적 목표 없이 의욕만 넘쳐
조계종 총무원은 자승스님 취임 1년을 맞아 1년의 성과를 정리한 소책자를 발간했다.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활동’ ‘화쟁위원회 구성과 활동’ ‘주지인사고과제, 사찰토지처분금 목적사용’ ‘승려사후재산 종단출연과 승려노후복지제도 준비’ ‘승가교육개선’ ‘종책연구소 설립’ ‘한국불교세계화’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내세운 성과 중 어느 것 하나 처음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없었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변수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된 까닭이다.
‘소통과 화합을 현장에서 실천한다’는 모토로 자승스님은 매월 1회 복지시설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용산철거민참사 현장 방문(2009. 11)에 이어, 서호노인복지관, 박병선 박사, 다문화가족(2월), 나눔의 집(3월), 혜명보육원(3월), 승가원(4월), 구세군(5월), 파라밀요양원(6월), 승가원(8월), 의정부교도소(9월), 합천 평화의 집(10월) 등을 방문했다. 취임 1주년 행사도 별도로 갖지 않고 전 종무원과 함께 소외지역에 쌀과 연탄을 전달하는 행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시행정’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종단의 오랜 과제였던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발의되어 통과를 앞두고 있고, <사찰부동산관리법> 제정을 통해 토지처분금을 교육과 포교에 회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그 외에 총무원이 성과로 꼽은 과제들은 성과라고 하기엔 초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인사에서도 난맥은 심각했다. 애초 각 종책모임이 연합에 출범한 종권이다 보니 논공행상은 사라지고 각 종책모임이 균등하게 부실장을 나누어갖는 형태로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보림회를 대표해 입각한 총무부장의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총무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4대강 사업 지지를 선언한 민주평통 종교인지원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는가 하면. 중앙종회의원선거과정에서는 결제라인을 무시하고 후보자격을 해석한 총무원장 명의의 공문을 선관위에 보냈다가 회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교역직 월권‧직무유기, 연합종권의 한계?
각 본사의 추천을 받아 배치한 국장급 교역직 종무원의 행보는 더 심각했다. 일부 국장스님들은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소속 본사 문제와 중앙종회의원 출마를 위해 본래 업무를 방기한 채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결국 총무원장은 ‘공심’이라는 화두를 꺼냈고 급기야는 “국장들마저 계파와 종단정치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며 “실제 일 할 수 있는 국장이어야 하며 부실장은 계파에 따라 인사하더라도 국장은 안된다”는 집권 2년차 인사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제도를 고쳐서 (일반직)종무원 국장 도입과 공채를 통한 국장 임명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15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결과 화엄회가 최다의석을 차지해 종책모임 연대로 출범한 현 집행부의 한계를 넘어 총무원장만의 색깔로 종단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자승스님은 취임1년을 맞아 지난 1일 열린 전체 종무원 조회에서 “계파가 불안정하면 종단이 흔들릴 수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그 안정을 기반으로 종단이 주목하는 불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요한 것은 ‘인욕의 리더십’ 아닌 ‘조계종 총무원장만의 리더십’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문제가 한창 세간에 회자될 무렵,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와중에 침묵의 힘은 강했다.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수습의 길을 찾는 모습을 두고 종단 내부에서는 ‘인욕의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것은 ‘인욕’만이 아니라 ‘조계종 총무원장만의 리더십’이다. 취임 후 1년 동안 꾸준한 소외 이웃 방문을 통해 보시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면, 이를 전 종단으로, 사회로 확산시킬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또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의 집행부는 ‘지계’의 모범이어야 한다. 종단을 이끌어가는 집행부는 누구보다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종도들에게는 종헌종법 준수와 지계를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은 예외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으로는 종도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어떠한 극한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 인내하고, 종단의 미래비전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모습에서 ‘소통과 화합’이라는 조계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자승스님 취임 1주년을 맞은 11월 5일 서울 은평구의 한 ‘달동네’를 찾아 쌀과 연탄을 전달했다. 총무원장은 물론 각 부실장과 종무원들이 모두 참여해 연탄을 나르고 쌀을 지고 계단을 올랐다.
총무원장으로서의 첫 행보가 용산철거민 참사현장 방문과 이웃종교 복지시설을 방문했던 것처럼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집행부 출범 2년차를 맞이하겠다는 각오였다. 그 각오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결국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공론화 과정 부재가 오해·불신 불러
②종책과 종무행정
조계종 33대 집행부는 △수행종풍 선양 △교육과 포교를 통한 불교중흥 △사회적 소통과 공동선 실현을 3대 기조로 11대 핵심과제와 25대 주요과제를 설정해 1년 간 추진해왔다.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가교육 개선 △신도 교육과 조직화 △수행법의 표준체계 정립과 대중화 △종교간 협력을 통한 공동선 실현 △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화쟁(和諍)위원회’ 구성 활동 △수행 · 전법을 위한 승가복지 △불교문화 콘텐츠 개발과 활용 △한국불교세계화를 위한 국제포교네트워크 강화 △총본산 조계사 일대 전통문화 공간 조성 △국립공원과 문화재구역입장료 제도 개선 △종단 재정구조의 합리화 등이 33대 집행부가 내건 11대 핵심과제다.
이룰 수 만 있다면 한국불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설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계획이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의 추진 방향과 재원 마련방안, 사업을 실행할 인력의 구성, 사업에 대한 단계별 추진과제와 각 과제에 대한 수치화된 목표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부족해 즉자적 대응에 급급했고 돌발변수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 또한 부족했다.
공론화 과정 부재로 오해‧불신 이어져
‘주지인사고과제’ ‘사찰토지처분금 목적사용’ ‘승려사후재산 종단출연’ 등도 본래 종책을 추진한 취지에서 벗어나 대부분 축소됐으며 추진과정에서 반발도 극심했다. 주지인사고과제의 경우 ‘직할교구 공찰’로 대상이 제한되어 실제로 이의 적용을 받은 사찰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33대 집행부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사찰부동산관리법>제정과 시행도 각 교구 본사의 반발로 틀어졌다. 당초 33대 집행부는 각 사찰에서 발생하는 토지처분금을 총무원이 취합해 관리하고 매년 교구본사 2~3곳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교구본사의 반발로 인해 토지처분금을 해당 교구본사가 취합, 본사와 총무원이 공동 예치해 적립한 뒤 교구본사가 총무원의 승인을 받아 해당 교구의 목적사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강한 추진력이 부족한데다가 공론화 과정이 부재하다시피 했던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이나 갑작스럽게 발표한 사후사유재산 종단출연령은 종무행정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스님들의 현실에는 눈감은 채 ‘뜻’만 강조하다보니 종도들로부터는 오해와 불신을 받았고, 주지 교체만으로도 신도들의 항의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과거 사례로 보아 반발이 뻔 한 직영지정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여 사회적으로는 종단 자주성이 침해됐다는 이미지를 심는 등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 강한 추진력이 부족한데다가 공론화 과정이 부재하다시피 했던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이나 갑작스럽게 발표한 사후사유재산 종단출연령은 종무행정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 4월 직직지사 구족계 수계산림에서 유언장과 사인증여계약서를 작성 중인 스님들.
조계종 33대 집행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종책은 ‘한국불교 세계화’이다. 한국불교의 세계화와 국제포교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추진되어왔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에는 대규모 방미단을 꾸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나온 결론에 대한 평가는 기대 이하다.
사찰음식이 한국불교 세계화?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연등축제라는 불교문화 콘텐츠를 엮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1700년 전통을 지니고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이 한국불교를 세계를 알리는 방안이 한국불교의 수행전통과 늘 중생과 함께 해온 보살정신이 아니라 1박2일의 사찰체험과 역사성을 확인하기 힘든 ‘뷔페식 사찰음식’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연등축제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체험이 될 수도 있으나 자칫 한국불교를 하나의 문화체험 수준으로 떨어뜨릴 위험이 함께 한다. 한국의, 조계종 3천여 사찰 어느 곳에서, 미국에서 선보인 ‘사찰음식’을 먹고 있는지 재차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스님은 이를 두고 ‘감각은 있으나 철학은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해외교구 설립은 다행히도 미국 현지의 상황을 직접 살피고 ‘현지 한국사찰의 현실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고무적이다. 당초 33대 집행부는 지난 5월 <해외특별교구법> 제정안을 공고했었다. <해외교구특별법>제정안은 조계종 스님이 운영 중인 140개 해외 사찰을 관장하는 '해외특별교구'를 신설하고 해외 5개 지역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해 지역, 국가별 사찰과 거주스님의 포교활동을 지원 관리 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스님들을 불러들여 토론회를 열기도 했으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법령제정부터 밀어붙인 꼴이 됐다. 법안은 중앙종회에 제출되지도 못했다.
미국 방문 후 “해외불교를 이원화 해 현지에 가 계신 스님들은 교민들을 상대로 포교활동을 하고, 현지인을 위해서는 교육원 외국인스님들을 재교육해 현지 포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외 포교와 해외교구 설립에 대한 계획을 수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지난 9월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의 연회장 스카이라이트에서 열린 '한국 사찰 음식의 날' 행사.
재정구조합리화 산너머 산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1일 “종단 재정 자력 키워가겠다”며 조계종의 재정구조 합리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밝혔다.
개별사찰, 본사는 부자일 수 있어도 종단은 현실화되지 못한 분담금에 의존하다보니 ‘가난한 종단’이라는 것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현재의 조계종을 두고 ‘가난한 종단’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종단의 자립도를 높이는데 주력해 줄 것을 종무원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총무원은 올 봄 종단 사업기구 중 가장 실적이 좋았던 조계종출판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개인회사 형태로는 한계가 있어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주식회사 전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결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사실상 출판사를 이끌어오던 편집부장을 비롯한 기존인력 5~6명이 퇴사하기도 했다.
종단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상조사업은 종단 내부에서 이미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업주체인 재향군인회와의 협약이 아닌 홍보대행사와의 업무협약이었다. 조계종의 명칭을 홍보에 사용하도록 하는 대가로 얼마나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정구조 합리화는 새로운 사업의 창출에 앞서서 갈수록 개별 사찰화 되어가는 종단의 재무구조 근본을 건드려야 수정 가능한 사안이다. 각 사찰이 실제 보유한 신도수와 재정수입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구조 합리화는 어불성설이다.
33대 집행부는 내년 신도교무금을 20만 명 선으로 잡았다. 직영사찰과 특별분담사찰에는 인원을 할당해서라도 신도등록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종단명칭 사용에 대한 로열티 수익 등의 수익모델은 자칫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인 조계종의 이름을 너무 싸게 넘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문제여서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33대 집행부는 현재 사업부 신설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자연공원법 개정안 발의 성과 이뤘지만…
33대 집행부가 지난 1년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국립공원 제도개선과 국가법령 개정’이다. 조계종은 지난 2009년부터 국립공원 제도개선을 추진해왔으며, 2010년에는 환경부, 국회 등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공원 구역 내 사찰 불사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직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했으나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개정안이어서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조계종은 예상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용도지구에 공원문화유산지구 신설 △사찰의 종교행위가 가능하도 공원 내 사찰들의 시설 신, 증, 개축, 이축 규제 완화 △공원문화유산지구 내 기존 공원관리청의 허가 제외 △공원 관리계획 수립 시 전통사찰 주지와 사전 협의 △사찰 및 공원 주민 지원 근거조항 마련 △ 공원문화유산구역입장료 징수 근거 마련 등이다. 그동안 자연공원법를 비롯한 각종 법령에 막혀 뜻하지 않게 불법건축물에 살아야했던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리산 천은사, 설악산 신흥사, 소요산 자재암 매표소에서 오늘도 매표원과 충돌하고 있고 일부 문화재구역 입장료사찰은 정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장료를 멋대로 올려 공고하기도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부 사찰은 쏟아지는 항의에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쓰기를 막아둔 상태다. 법령을 개정한다고 국민정서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300년 만의 변화…제도 안착 과제
③승가교육개혁
조계종 33대 집행부 첫 해의 중요 성과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승가교육개혁이다. 33대 집행부가 11개 핵심과제 중 1순위로 내세운 것이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승가교육 개선’이었던 만큼 많은 공을 들인 분야이기도 하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주도하는 교육개혁은 승가교육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한문교재 중심의 커리큘럼을 한글화ㆍ현대화하고 기관수를 조정해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개혁’에 가까운 일이었고 일선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충격도 적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교육개혁’은 종도들의 공감 속에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개정 및 기관 조정안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4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수정안으로 대체됐지만, 변화의 수용이라는 큰 줄기는 형성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정안 발표 초기 강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강원교직자회도 각 기관들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직자회 대표를 맡고 있는 법광스님(선운사 강주)은 “교육개혁안이 단순히 계획에 그치지 않고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불교포커스>가 최근 15대 중앙종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서 ‘승가교육’을 종단의 우선과제로 손꼽은 의원스님들이 많았던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종회의원 청원스님은 “승가교육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데 많은 종도들이 공감하고 있다. 종회에서 개혁 방향이나 취지 등을 더 심사숙고 하겠다”고 말했고, 성운스님과 영관스님 역시 “교육시스템을 강화해 승려의 자질을 향상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승가교육, 현대사회로 눈을 돌리다
교육부장 법인스님은 교육개혁 1년을 “집 지을 터를 닦고 건축 설계도를 대중들에게 공인받은 단계”라고 평가했다. 올 한해 교육의 지향점과 그에 맞는 기반을 세웠다면 내년에는 설계도에 맞게 집을 짓는 실무가 과제로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교육개혁은 기본교육 개편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치문-사집으로 이어지는 한문교재를 한글화하고, 불전 강독뿐 아니라 철학ㆍ사회학ㆍ비교종교학ㆍ언어 등 과목을 다양화 해 교육이 현대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 올 한해 교육개혁의 설계도를 완성했다면 내년에는 실제 집을 짓는 일이 남았다. 지난 3월 열린 승가교육진흥위원회 발족식.
교육기관의 양적 조절도 불가피해졌다. 전국 19개 강원 중 적정수의 교수와 학인,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은 인가를 취소하거나 전문교육기관으로 그 위상을 전환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10개 사찰이 율학 선학 한문불전 등의 승가대학원 설립을 지원했고, 호남지역의 모 교구본사는 승가대학을 승가대학원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연수교육 강화-장학금 확대 ‘호평’
교육개혁의 또 다른 축은 연수교육을 상설화하고 스님들에 대한 장학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종법에 명시된 사항임에도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던 연수교육을 상설화함으로서 보다 실질적인 재교육이 이뤄지도록 했다. 시행 당시 교육 의무화에 따른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실제 교육 참가자들의 호응은 매우 뜨겁다. 다만, 20~50만원에 이르는 교육비용에 대한 부담은 차차 줄여나가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학금 지급도 눈에 띈다. 조계종은 종단 차원으로는 처음, 본격적인 장학금 지급 체계를 갖췄다. 승가교육진흥위원회 산하 장학위원회는 매년 각 분야에서 공부 중인 스님들을 선발해 학비 전액을 지원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연구자이 종단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원 내에서는 장학지원을 체계화할 수 있는 장학재단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교육개혁 2년차, 지원ㆍ제도 안착 과제
올 한해 교육개혁의 설계도를 완성했다면 내년에는 실제 집을 짓는 일이 남았다. 각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과 관리감독 등 제도 정착을 위한 후속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또한 교직자 스님들의 처우 개선과 연구인력 데이터베이스화를 토대로 한 연구 성과 도출 등도 과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교육개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입법화 작업도 남아 있다.
그간 교육원이 지켜온 ‘대화와 협의로 풀어가겠다’는 원칙대로 2년차 과제인 행자교육 및 특수교육 개편을 이뤄낸다면 승가교육개혁이라는 큰 그림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과 화쟁…적극적인 ‘행동’ 이어져야
④대사회 활동
대사회 활동 분야는 ‘소통’과 ‘화쟁’을 키워드로 33대 집행부의 1년을 정리해볼 수 있다.
33대 집행부는 자승스님의 취임 첫 행보를 용산철거민참사 현장 방문으로 시작함으로써 ‘소통과 화합을 현장에서 실천한다’는 모토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서울시장에게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종교계의 관심을 촉구한 노력은 서울시와 철거민 희생자 유가족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가 곧 ‘종단이 사회적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히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4대강사업에 대한 조계종단의 애매한 태도는 불교계 단체들과 종단의 첨예한 대립을 낳기도 했다.
문수ㆍ수경스님이 이끌어낸 ‘행동’
시작은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었다.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이끌어 온 불교계 단체들은 문수스님의 장례 일정을 둘러싸고 종단과 의견대립을 빚었고, 결국 수경스님은 조계사에서 열린 국민추모제에서 현 총무원을 ‘이명박 정권 하수인’이라고 표현하며 종단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어 수경스님은 출가 수행자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승적을 반납하겠다 선언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수경스님의 ‘승적 반납’ 선언 후 종단과 불교단체들은 앞 다퉈 “스님의 짐을 나눠지겠다”고 나섰고, 힘을 모아 문수스님의 49재와 국민추모제 등을 치러냈다. 현재 문수스님 추모사업회는 스님의 모교인 중앙승가대학을 중심으로 한 ‘선양사업회’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4대강사업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조계종은 6월에야 구성된 화쟁위원회는 ‘4대강’과 ‘봉은사 사태’라는 안팎의 과제를 떠안았지만 일부 공사구간에서는 공정이 거의 다 진행되도록 내놓은 대안은 ‘범국민 논의기구 구성’ 제안이었다. 그나마 논의기구의 구성 제안도 구체적이 못해 국민논의기구가 구성되어 활동하는 시점에는 4대강 공사는 거의 마무리 된 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대강 공정률은 10월 말 현재 보 공정률 50%이상, 준설 공정률은 30% 이상 완료됐다.
▲ 수경스님은 출가 수행자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승적을 반납하겠다 선언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화쟁위위원회 구성은 고무적… 성과는 미미
지금 이 순간에도 공사는 멈추지 않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4대강사업 찬반을 둘러싼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 조계종이 진정 4대강사업 논란을 ‘화쟁적’으로 풀어가겠다고 한다면 종단 차원의 좀 더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요구된다.
‘봉은사 문제 해결’ 역시 10월이 되어서야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사추천위원회 구성과 직영사찰 재산관리인 임기보장 제안을 제외한 사찰운영위원회 운영, 재정공개와 예·결산 총무원 승인 등 대부분은 조계종 <직영사찰법> <직영사찰운영관리규정> <사찰운영위원회법> 등의 종법령으로 이미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명진스님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무원은 임기만료일 직전인 13일 이전까지 다음 재산관리인을 임명하겠다고 밝혔으나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비밀에 붙이고 있다.
소외계층 보듬기…종책 연결 노력 아쉬움
조계종의 ‘소통’은 소외계층 보듬기로도 나타났다. 자승스님은 매월 다문화가족시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 구세군회관, 이웃종교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이들을 위로해왔다. 현장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총무원장스님의 시설 방문은 불교계가 다양한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방문과 지원이 ‘종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시설 방문 이후 ‘다문화가정 포교’ ‘장애아동의 신행활동 지원’ 등의 주제로 포교종책연찬회를 열고, 이를 종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반된다면 ‘소통’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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