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북한학과 정원 감축… 호평 받던 특성학과도 위기
대학들 비실용·비인기 학과 ‘기업식 구조조정’
컨설팅사·민간 연구소 경영진단 받아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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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정환보 기자 | 입력 2010.11.17 03:01
동국대의 특성화 학과로 주목받아온 북한학과는 지난 7월 대학본부로부터 입학정원 감축을 통보받았다. 2008년 정치행정학부로 통합되며 입학정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11학년도부터는 신입생을 18명밖에 뽑지 못하게 됐다. 입학정원이 15명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이듬해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되는 학교 지침에 따라 북한학과도 수년 후에는 사실상 '폐과(廢科)'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는 지난달부터 8억여원을 들여 외부 컨설팅 업체인 ㅇ사에 의뢰해 경영진단을 실시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중앙대가 조직진단을 맡긴 업체다. 이 때문에 고려대도 본격적인 학과 통·폐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학가에 '기업식 구조조정' 열풍이 불고 있다. 재단이 컨설팅 회사와 민간 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시장논리'에 따른 학과 통폐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학·사학·철학 등 기초학문 분야는 물론 학내외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특성화 학과'까지 '비실용·비인기'의 멍에를 쓰고 사라질 위기다.

동국대는 입학성적·경쟁률 등으로 평가를 실시해 하위학과의 입학정원 10~15%를 떼어 '전략학과'에 재배정하는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을 3년째 시행 중이다. 올해는 평가 결과 화학 4명, 사회학·수학·물리학 각 3명, 철학·윤리문화학·북한학 각 2명씩 정원이 축소됐다. 줄어든 인원은 모두 신설된 약대에 배정됐다. 2008년 철학·윤리문화학과와 함께 통합된 독문과는 독어문화학으로 이름이 바뀐 뒤 이 시스템에 따라 지난해 사실상 폐과됐다.
1994년 만들어져 특성화 학과로 동국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북한학과는 북한학 연구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폐과 위기에 처했다. 대학 당국은 2007년 이미 폐과 방침을 밝힌 상태다. 박인우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경쟁과 서열논리에 의해 대학도 기업을 위한 인력양성소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대는 지난 3월 청소년학과·민속학과 등 특성화과를 모두 대단위 전공에 흡수통합시켰다. 앞으로 자율경영·책임운영을 위해 5명의 계열별 부총장을 두겠다는 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일부 교수들은 "대기업의 계열사 운영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교수와 노조 등도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학과를 구조조정하려는 대학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노조는 "성과에 따른 정원조정 등 기업식 개혁 발상이 우려된다"고 밝힌 상태다. 컨설팅이 끝나는 내년 2월 이후엔 대학 측과 교수·노조 측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균관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성한 '비전 2020(안)'에 따라 문과대·사회과학부·자연과학부 등 기존 학부를 '문리과대학'으로 통합하는 안을 지난 5월 공개했으나 당시 보직교수를 제외한 문과대 교수 전원이 반대 성명에 참여할 정도로 내홍을 겪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시장논리가 대학이 누려온 학문의 자유를 차단하면서 비판적 지식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