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와 자립의 호기가 왔다 (불교포커스 2010-12-13)   2010-12-13 (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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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와 자립의 호기가 왔다
- 역행보살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과 ‘악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갖가지 법률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해 세상이 시끄럽다.

‘4대강 살리기라는 억지 논리를 내세운 생태 환경 죽이기 법률안’과 ‘4대강 사업 예산’을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 노인 등 서민 복지와 관련된 중요한 예산이 무더기로 빠져 버려서 “친 서민 정책을 펼치겠다”는 MB정부의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밀어붙이기로 뜻을 관철한 집권세력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두려움은 국민들의 저항인데, 이 저항이 두려운 집권 세력은 엉뚱하게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템플스테이 예산 감액’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척하고 있다. 권력의 깊은 속내를 짚어내야 할 언론에서도 ‘성난 불심’ · ‘공들인 불탑 무너지네’ 등의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이번 날치기 파동의 핵심이 불교 지원 예산 처리에 있는 것처럼 오도하며 ‘정부와 불교계의 한 판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여당과 언론이 이렇게 몰고 갈 수 있었던 것은, “템플스테이 예산을 전년도 수준에서 유지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여당에게 배신감을 느낀 조계종의 사려 깊지 못한 즉각 반응도 빌미가 되었다.

그런데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교계가 반발하는 것이 정부 · 여당에게는 최상의 카드였다. 그래서 조계종 측이 “정부 · 여당과의 접촉을 일체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찾아가 본들 문전박대를 받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임태희 대통령실장 · 정병국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장 · 한나라당 조윤선의원 일행이 문화부 종무실장을 대동하고 총무원으로 ‘사과 방문’을 했다가 승강기도 타보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부산을 떨었다. 게다가 “문화부 ․ 기재부 안에 있는 반 불교적 성향의 관료들이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을 막았다”는 소문을 퍼트리면서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아무 죄도 없는 관료들에게 전가하여 관료 사회에 ‘반 불교 정서’를 널리 퍼지게 하는 부수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불교계가 예산 몇 십 억 원 때문에 이러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살인 죄인도 품어 안아야 하는 자비 문중에서, 찾아온 손님을 쫓아내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불교계에서 종교 편향이라고 하던데, 정부 · 여당의 실세들을 문전박대하는 것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실상은 정부 · 여당이 불교계에 쩔쩔 매고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고, 날치기 파동으로 생겨난 세상의 관심을 청와대와 여의도가 아니라 불교계로 돌리는 기가 막힌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MB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템플스테이 저지대책위’까지 구성해 악을 쓰고 있는 극단적 개신교 세력들에게 “불교계에서 이렇게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불교 예산을 늘려주었다”면서 변명을 하는 시늉을 하는 한편으로, 갖가지 명목을 부쳐서 개신교계에 대한 예산을 마구 늘려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번 사태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오득 이상의 실리를 챙기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정말 MB가 ‘화살 한 방으로 새 다섯 마리’ 이상을 잡는 기회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부끄러웠던 자화상

그 동안 불교계 내부에서는 템플스테이 예산 등 정부 지원을 받아 종단을 운영하는 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진통제에 길들여온 환자들이 “이제 진통제를 끊어야지”하면서도 쉽게 그 유혹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종단 지도부도 정부에서 갖가지 명분을 달아 제공해온 예산을 갑자기 줄이거나 끊어버리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선뜻 거부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오고 있었을 뿐이다.

어느 당이 되었든, 집권세력은 종교계에 당근을 주고 싶어 한다. 당근을 주지 않고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지원을 받기 어렵고, 심지어 극단적인 반대에 부딪혀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에 늘 희생양이 되어 온 것이 불교계였다. 공원법 등 갖가지 규제 법령으로 손발이 묶인 불교계가 취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예산 철이 되면 삭발염의한 스님들이 정부 각 부처와 여야 당사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예결위원 명단을 긴급 입수해 각자 인연 있는 의원들에게 부탁을 하고, 여당 수뇌부에게는 ‘선처 약속’을 받아내는 능력 여부가 안거에 들어 한 소식 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불자 국회의원이라고 거론되는 의원들도 ‘과연 진실한 부처님 제자의 길을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종단의 예산 확보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을 평가하는 판단 기준이었다.

드러내놓고 말하기 창피하지만, 이것이 과거 우리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그래서 뜻 있는 불자들은 이런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제대로 들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정말 힘든 세월이었다.

이런 우리의 자화상은, 하루 한 끼 밥 한 사발조차 먹기 어려울 정도로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시절 몸이 아파도 약 한 첩 제대로 지어먹지 못해 어린 형제들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냈던 부모님의 아픔을 가슴에 함께 간직해온 세대들이 성인이 되어 웬만큼 살만해지자, “내 자식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보약도 먹이고 해서 남부럽지 않게 튼튼하게 키우겠다!”는 간절한 사랑의 마음으로 의사의 처방도 없이 값 비싼 인삼 · 녹용을 달여 먹이다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귀머거리 · 벙어리로 만들었던 아픈 이야기를 녹화영상으로 다시 보는 것만 같다.

솔직히 말해, 불교계는 ‘인삼 · 녹용을 넣은 최고의 보약’으로 가장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가며 ‘장님 · 귀머거리 · 벙어리’가 되어 중생들의 아픔을 보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고통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으며, 세상에 대고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침묵’이라 우기며 자신들의 행위를 억지로 정당화 해왔다.

   고맙고도 고마운 역행보살들

그런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이런 부끄럽고 창피한 행동을 제대로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장님 · 귀머거리 · 벙어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준 사람들이 나타났다. 불교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미처 나오기 전에 ‘대기총(대구기독교총연합)’이라는 곳을 필두로 전국의 극단적 개신교 세력들이 ‘템플스테이 저지 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하면서 우리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불교를 폄훼하는 동영상까지 제작해 배포 · 상영하였고, 이런 모든 행동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싸늘하였다.

그러나 템플스테이 예산 감액은 저지대책위까지 결성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워온 개신교계에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고, 불교계에는 모처럼 정부 예산이라는 진통제를 끊고 다시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대기총’ 회장을 비롯하여 “불교 · 이슬람 세력 말살”을 외쳐온 목사와 이에 부화뇌동해온 신도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며 지금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축배를 들 만한 일이고 진심으로 축하할 일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제대로 눈을 떠서 세상의 진실을 바르게 보고 세상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 올바른 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4부대중이 모두 나서서 “정부의 예산 몇 푼에 팔아온 자부심을 다시 찾겠다”며 다짐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저들이 아니라 우리가 축배를 들어야 당연하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역행보살님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장님 · 귀머거리 · 벙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정부에서 주는 ‘독약’을 계속 받아먹으면서도 그것이 ‘양약’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역행보살님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절마다 찾아다니며 땅 밟기를 해서 절 땅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시고, 불교를 비방 · 폄훼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해 주십시오. 혹 정부가 불교계에 예산 지원을 하려는 눈치가 보이면 즉각 ‘불교계 예산 지원 저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강력하게 몰고 가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정신 차리게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것이 우리 모두 잔을 가득 채우고 건배를 제의하며 외쳐야 할 감사의 인사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여당이 새해 예산안과 갖가지 악법을 강행 처리한 이튿날 오전에 긴급 소집된 조계종 종무회의에서 “잘 되었다. 이 기회에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는 뜻의 발언이 주류를 이뤘다고 하고, 이를 뒷받침하듯이 곧바로 “앞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모두 거부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역행보살들 덕분에 뒤늦게 눈을 떴지만 어쨌든 불교계가 제대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개신교의 이익이 국익보다 우선한다’는 집권세력의 속내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이 기쁜 소식을 들었으니, 어찌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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