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국가 주도의 문화재 보존, 관리 정책에서 종단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균열이 확인된 불국사 삼층석탑. 불교신문 자료사진
긴급진단/ 불교문화재 보수, 정비 이대로 좋은가
“성보는 불교 공적자산…종단이 관리해야”
국보 39%, 보물 33% 조계종 소유…70%가 성보
보수 매뉴얼 제작·불교계 전문가 육성 시급해
날림.부실공사로 인한 문화재 개.보수로 문화재 보존.관리가 엉망이 되고 있다. 철저한 검증과 감시.감독 없는 주먹구구식 문화재 정비가 심각한 문화재 훼손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실태와 과제를 진단했다.
■ 문화재 부실·보수 공사의 원인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이를 해체,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문화재가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는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재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해당 사찰과의 협의가 있을 뿐 종단의 승인이나 협의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불교문화재, 즉 성보를 소유하고 있는 불교계의 요구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적은 실정이며, 훼손된 문화재 보수에만 급급하다.
더욱이 국가 주도의 문화재 관리가 이뤄지면서 불교문화재를 신앙의 대상인 성보가 아니라 문화재의 일부로 이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문화재 보존, 관리 정책에 있어 국가 주도가 아닌 소유자인 종단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문화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조계종 소유 국보·보물 현황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지난 2010년 4월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전체 국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224점으로, 국가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를 제외하고 종단에서 소유하고 있는 국보는 총 123점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국보 314점의 39.17%에 달하는 수치다. 보물의 경우에는 전체 1621점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1134점으로, 종단이 소유한 보물은 535점으로 전체 보물 가운데 33.18%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국보와 보물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종단에서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인 셈이다.
여기에 국가지정문화재 보수, 정비를 위해 사용되는 예산을 살펴보면 2010년 전체 문화재보수정비 예산 가운데 건조물문화재 보수, 정비에 사용된 예산은 1140억6762만3000원이다. 이 가운데 국보와 보물 보수.정비를 위해 쓰인 예산은 총 232건 581억885만7000원으로, 불교문화재 보수 정비를 위해 사용된 금액은 357억1885만7000원이다. 국보의 경우 총 16건에 55억6000만원이, 보물의 경우 115건에 301억5885만7000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조물문화재 가운데 국보.보물 보수, 정비 예산 가운데 61.46%에 달한다.
■ 문화재 보존 위한 과제
문화재에 담긴 불교적 의미를 찾고 주먹구구식 보수가 아닌 제대로 된 복원이 이뤄지기 위해서 보수, 정비에 앞서 종단의 승인이나 협의 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단 승인 절차를 거쳐 보수 공사가 이뤄지게 된다면 불교문화재를 단순한 문화재가 아닌 신앙의 대상이자 성보로 이해하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부실보수 공사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매뉴얼 제작과 더불어 철저한 관리, 감독도 필요하다. 한층 체계화된 보수공사 매뉴얼을 바탕으로 단순히 훼손된 문화재를 보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의미를 생각하면서 보수가 이뤄진다면 부실 보수 공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계 내부적으로도 문화재 관련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문화재 관련 인재 양성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에서도 국가 주도의 보존, 관리 정책에 의존하기 보다는 주체적 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스님들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스님은 “국가 주도의 문화재 관리 정책이 문화재를 성보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불교계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성보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종단 차원에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Tip. 지정문화재의 분류
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재와 시도지정문화재로 분류되며,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보, 보물, 중요민속자료,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로 분류된다.
보물은 건조물.전적.서적.고문서.회화.조각.공예품.고고자료.무구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가운데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불교신문 2689호/ 1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