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개운했던 불교사회연구소 첫 세미나 (미디어붓다 2555-03-18)   2011-03-19 (토)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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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비판·예리한 지적·탁월한 제안’
가슴 개운했던 불교사회연구소 첫 세미나
윤승용 소장 “간화선과 청정비구만으로 어쩌자는 건가”
강인철 교수 “잠재적 신도 박대 관람료 징수는 자멸적”

 

모처럼 만난 수준 높은 세미나

토론회에 참석해 수준 높은 발제와 토론을 듣게 되면 가슴속까지 개운하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을 개운하게 해주는 세미나를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뜬금없이 개운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3월 18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개소기념 세미나에 다녀온 기자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절집에서 연 세미나 중에 이처럼 흡족한 세미나는 잘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발제자의 열정과 열의가 넘치는 논문에, 통상적인 토론문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빛나는 토론문이 세미나 내내 기자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불교사회연구소가 주최한 첫 세미나가 3월 18일 열리고 있다.

이제 장황한 서론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한국사회의 종교 흐름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매우 평범한, 그리고 광범위한 주제에 맛깔과 색깔을 두루 갖춘 발제문을 써낸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의 탁견이 세미나 시작부터 청중의 이목을 잉크를 빨아들이는 스폰지처럼 집중시켰다.

독신종단 건설에 교조적으로 매달리다보니 현대화 실패

‘한국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크게 변했다’는 전제를 단 윤 소장은 이내 불교계를 향해 비수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국불교는 한국사회에 무엇을 해왔나? 왜 (종단의) 내부 제도화에 이렇게 많은 역량을 소모했는지, 도대체 간화선과 청정비구만으로 한국불교의 전통계승과 현대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윤 소장의 애정어린 독설은 계속됐다.

독신종단 건설에 교조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한국불교의 현대화에 반드시 필요한 것까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윤 소장은 “재가신도도 지식대중도 소외시킨 한국불교에서 오늘 논하고 있는 사회활동을 위한 불교담론들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세미나를 열어서 이런저런 말을 해달라고 하는데, 과연 여기서 나온 담론들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일종의 조롱 섞인 일침이라고나 할까.

“(조계)종단은 기회 있을 때마다 매번 ‘부처님 법대로’를 외치면서도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승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주성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권력에 대해서는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그리고 전통불교를 회복한다면서도 아직도 중국 당나라 시대 불교를 원조로 삼고 있으며, 전통교육을 한다면서도 강원이나 선원(사교육장)을 불교의 주 교육장으로 고집하고 있다. 이들이 공교육의 장에서 소외됨에 따라 현대 지식대중과 소통하는 장도 잃어버렸다.”

권력지향적 종교 가고 영성개발-문화역량 갖춘 종교만 살아남을 것

권력지향적인 종교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자기 종교의 영성개발에 힘쓰고 문화적인 역량을 제고하는 종교만이 살아남는 문화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윤 소장은 “최근 불교계가 종교차별의 문제를 제기하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대처하려고 하고 있는데, 건전한 종교다원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 관례들이 정착될 때까지는 한국의 장자종교인 불교계가 어른답게 불교적인 방법으로 대처해가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은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부대중이 운집했다.

윤 소장은 불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를 위한 조건으로 △내부 개혁을 통한 역량 확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사회적 신뢰성과 대안모델 확보 △시대정신에 맞는 불교적 사회담론 생산 △전문 인력과 대중조직 확보 등을 제시했다.

윤 소장은 이를 위해 현재 종단이 진행하고 있는 5대결사와 자자와 포살 등이 차질 없이 수행되어야 하며, 종단의 사회적 공신력을 키우기 위해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대안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현재의 2부대중(비구, 비구니) 중심의 종단운영과 수행중심 불교를 대폭 개방해 대중불교로 변신을 해야 하며, 재가신도의 활동공간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오늘날의 한국불교가 가진 문제점은 “민족문화를 내팽개친 비정상적인 국가와 그런 국가권력의 도움을 받아 한국불교를 책임진다고 나선 독선(교조)적인 청정비구들의 책임”이라고 전제한 윤 소장은 “앞으로 근대적 종교개념에 따른 개인 신앙에 기초한 대중불교, 생활불교로 가야 하는 데 불교사회연구소가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주화 이후 정부보조금 등으로 종교차별 더욱 심화돼

이어 토론의 시간.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와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유승무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손혁재 풀뿌리지역연구소 상임대표 등 쟁쟁한 인사들이 박희승 불교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의 사회로 토론에 나섰다. 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토론을 벌인 이는 강인철 교수와 이도흠 교수. 토론문이 아니라 또 하나의 훌륭한 발제문이라는 평가를 할 만한 내용을 가지고 토론에 임한 이들의 발언에 청중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꼼짝없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중 가운데는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 조계종 승가교육개혁 위원 명법 스님 등 조계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스님들도 보였다.

토론자 중에 유일한 비불자인 강인철 교수는 이웃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 근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분석으로 돋보이는 토론을 시작했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 명법 스님 등이 세미나에 참석, 발제 및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종교차별은 평등화(차별완화), 종교차별의 정치쟁점화, 재차별화(차별의 심화)라는 세 가지 주요한 구조적 추세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 강 교수는 특히 재차별화는 종교의 정치적·경제적 힘에 따라 새로운 차별화가 진행되고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그 예로, 국가공휴일 제도, 국가의례 체계, 군대·경찰·교도소를 비롯한 각종 국공립 기관에서의 선(포)교, 종교법인·방송국·대학·병원의 설립 등이 종교의 정치·사회적 힘의 격차를 보여주었던 전통적인 영역이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의 종교부지 입찰 경쟁,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의 수탁 경쟁, 정부보조금 제공 등을 통해 종교간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군소종교-무종교인의 입장 염두 안 둔 종교차별 주장 설득력 없어

강 교수는 또 “최근 불교계의 종교차별 쟁점화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이 문제제기가 종교자유와 종교평화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부당한 종교개입을 막는다는 ‘정교분리’ 정신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반면에 그 문제제기가 오직 불교계가 차별이라고 느끼는 사안들에 국한됨으로써 군소종교들이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눈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불교계의 종교차별화에 대한 쟁점제기는 불교가 ‘누군가의 가해 혹은 공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나약한 피해자’에 가까운 것 같다며, 그러나 과연 그런가 따져봐야 한다고 반문했다. 3대종교에 끼지 못하는 수백 개의 종교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종교인들에게도 선거 때면 유력 정치인들이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는 불교가 약자로 보이겠느냐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불교의 사회적 역할 증대를 위한 전제 조건 중의 하나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제시했다. 민주화 시대 이후 각종 보조금을 무기로 한 정치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와야 하고, 문화재 관련 정부 예산 지원의 과정을 투명하게 제도화하고, 평신도를 조직화하고 신자들의 시주를 중심으로 한 자립적 재정구조를 정립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재정의존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국외자의 입장에서 예리한 진단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문화재관람료를 내는 이들에게서 ‘관광객’이라는 꺼풀을 벗겨내면, 그들의 속 모습은 타종교인이거나 무종교인들이다. 상당수의 불교신자들은 신도등록증 덕에 문화재관람료를 면제받을 것이다. 타종교인 및 무종교인이 내는 돈이 불교(사찰)재정의 핵심출처가 되는 일 자체가 기이하고 문제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불교와 시민사회(타종교 포함)의 갈등·불화를 일상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너무 근시안적이고 잠재적 신자들을 문전에서 박대하거나 때때로 화나게 한다는 점에서 자멸적이기조차 하다”고 비판했다.

젊은층 어떻게 불교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불교미래 관건

강 교수는 “고학력 중간층(30∼49세) 불교도들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사찰운영에 참여시킬 것인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며, 불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젊은층들을 어떻게 신자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불교의 사회참여 주체형성에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의 예리한 진단에 청중들이 이목을 집중시키자 사회자 박희승 국장은 이례적으로 예정 토론시간을 넘어섰는데도 발언을 제지하지 않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청중의 반응이 사회자가 가진 전가의 보도인 시간 제한 권한을 무력화시켰다고나 할까.

이어 토론에 나선 이도흠 교수의 토론문은 사실상 토론의 형식을 빌어 한국불교를 독점하고 있는 승단 중심의 종단에 대한 공격적 제안문에 가까웠다.

“한국불교가 기독교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리에 얽매여 당위적인 주장을 일삼는데 있다”는 다소 거친 발언으로 토론을 시작한 이 교수는 발제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원인에 대한 치밀한 살핌을 통해 그에 맞는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싱크탱크나 인물의 부재, 스님들의 시대정신 미약과 이를 형성할 교육체제 미비, 아젠다를 세팅할 미디어 시스템의 미비, 아젠다를 담론으로 확대재생산할 대중조직의 부재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합리성 근대성과 결합못한 불교, 합리적 지성으로부터 외면받아

이 교수는 이같은 원인에 부합하는 대안은 불교사회연구소와 같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스님과 재가불자를 최대한 네트워킹하여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에 대한 심층분석과 토론 및 이론화 과정을 거쳐 불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 장기적으로 스님들이 사회를 올바로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혁하는 것, 종단과 연구소 차원에서 교계신문을 넘어 메이저급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보내고 관련인사가 기고하는 것,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 스님과 사부대중의 협력 및 참여 체제를 구축하고 사회적 담론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대중조직을 결성하며, 사찰과 종단, 스님과 재가불자의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구축한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도흠 교수의 진단은 종단의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는 스님들의 입장에서는 독설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불교가 위축된 한 원인은 마음공부에 충실하지 않고 권력과 자본 등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공부에 충실히 하는 것으로 혁신을 하고, 서양처럼 근대화와 자본주의화에서 유턴을 하고자 하는 한국의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불교로 혁신해야 한다.”

“불교는 합리성 등 근대성과 결합하지 못하여 늘 낡은 종교, 비합리적인 신앙으로 치부 당하며 젊은이 합리적인 지성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근대성과 불교를 결합하는 연구와 재해석을 적극저긍로 수행함은 물론, 중세의 잔재인 기복불교를 과감히 청산하여 조계사부터 합격발원기도 등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불교는 할머니 보살, 혹은 삶에 지친 아주머니보살들만의 신앙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흡하나마 만해 한용운의 ‘불교유신론’ 이후 불교와 근대성을 결합하려는 본격적인 연구는 없었다.”

사회적 실천 등한히 했으니 종단추진 결사가 냉소 대상된 것

이도흠 교수의 진단은 최근 조계종 수뇌부가 주도하고 있는 민족문화 수호, 자성과 쇄신, 5대결사에도 이어졌다.

“최근의 종단 결사에 일반대중들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불교가 사회적 실천을 등한히 해왔기 때문이다.”

21세기 대중들은 미디어 조작에 따른 고통, 공동체 해체에 따른 고독과 고통,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물화(物化)와 소외에 따른 고통 등 경전에 없는 고통과 욕망에 휘둘리고 있다고 전제한 이 교수는 그런데 이들에게 중세적 고통을 멸하라고 한다면 대중의 고승의 설법일지라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중세의 신중심, 신성 지배, 신이 진리이고, 신이 선이고 미인 시대에서, ▲근대의 인간중심주의, 이성과 합리성의 원칙, 진리의 절대성과 보편성, 과학과 확실성 등을 거쳐 ▲탈근대의 생태론적 패러다임, 이성중심주의의 해체, 진리의 상대성 및 불가지성, 불확실성 및 카오스 등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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