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夏安居 해제 법문 -2006/8/9- 조선,중앙,동아   2006-09-15 (금) 10:23
정범스님   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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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극성이지만 다 한때

<조선일보 2006/8/9/수/사람들A27면>


▲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때입니다. 그 한때에 꺾여선 안됩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일, 말 못할 사정이 있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면 안됩니다. 곧 가을바람이 불면 더위가 자취를 감추듯, 상황을 받아들이면 극복할 의지와 용기가 생깁니다.”

강원도 산골에 기거하고 있는 법정(法頂) 스님이 8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하안거(夏安居·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집중적으로 참선 수행하는 기간)를 마치는 해제 법문에서 날씨 얘기를 꺼냈다. 가뜩이나 힘들어진 중생들의 인생사를 위로하는 뜻이 담겼다. 그는 옛 선사와 제자의 대화를 소개했다.

제자가 “춥거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스승은 “추울 때는 너 자신이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너 자신이 더위가 돼라”고 답했다고 한다. “일 없는 사람이 더위를 더 탑니다. 지금 뙤약볕 아래서 실종 가족과 가재도구를 찾는 수재민 분들이 더위를 느끼겠습니까?” 그는 “스스로 더위와 추위가 되는 것은 이 풍진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잡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사는 그도 이번 강원도 수해 때 ‘작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아궁이에서 물이 솟고 급류에 길이 끊겨 여러 날 외부출입도 못했다.

“올해 장마는 참 끈질기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도 끈덕지고, 집요하고, 물고 늘어지면 상처를 주고, 원한이 맺힙니다.” 그는 “이럴 때 선인(先人)들은 ‘어지간히 해 둬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극한 투쟁을 피하라는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고통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이라며 “남 탓하지 말고 내가 지은 ‘업(業)의 메아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겸허하게 돌이켜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항구적인 것은 없으니 있는대로 받아들여라

항구적인 것은 없으니 있는대로 받아들여라

<중앙일보 2006/8/9/수/사람사람24면>

법정 스님, 하안거 해제 맞아 법어
"어지간히 해두라는 옛말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원한을 사게 됩니다. 생각을 돌이켜 돌아설 줄 알아야 합니다."

법정(法頂.74) 스님이 8일 하안거(夏安居) 해제를 맞아 법어를 통해 마음을 비울 것을 당부했다. 강원도 산골에서, 시중드는 상좌 한 사람 없이 수행하던 스님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거행된 해제법회에 모처럼 걸음한 것이다. 여전히 맑고 꼿꼿한 모습이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에 속지 마세요. 제가 직접 장작을 패며 살기 때문에 잘 아는데 아무리 찍어도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나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스님의 체험담에 법문 한 마디라도 놓칠 새라 숨죽이던 극락전 앞의 700여 대중들은 낮게 웃었다. 집착을 버리란 뜻이었다.

법정 스님은 또 "요즘은 찜통 더위란 말들을 많이 하는데 누가 찜통에 들어간 본 이가 있나요?"라며 "말이 씨 된다는 말처럼 우리가 하는 말에는 주술적 힘이 있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을 함부로 할 게 아니라 책임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지러운 말들이 정신없이 오가는 요즘 세태에 던지는 꾸중으로 들렸다.

법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정스님은 "이번 장마에 암자 아궁이에 물이 찼는데 이것을 퍼내면 계속 물이 나오지만 그대로 두면 수압 덕인지 그 수준을 유지하면서 넘치지 않더라"며 순리를 강조했다.

이같은 당부는 법어에 이어져 "더워야 곡식도 익고 그러지 만일 여름이 춥고 겨울이 덥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상이변"이라면서 "모든 현상에 늘, 항구적인 것은 없으니 언짢은 일 궂은 일도 한 때라 여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안거는 음력 4월 보름에서 3개월 동안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한국 불교의 전통 행사로, 이날 전국 94개 선원에서 2319명의 스님이 하안거를 마쳤다.

김성희 기자

법정스님, '더울 땐 내가 더위가 되는 게 순리'

법정스님, '더울 땐 내가 더위가 되는 게 순리'

<동아일보 2006/8/9/수/투데이36면>



“인간관계가 장맛비처럼 끈덕지고 집요하다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지겹고 넌더리가 나겠습니까.”

8일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하안거(夏安居·음력 4월 16일∼7월 15일) 해제 법회에서 법정(法頂) 스님은 “이번 수해로 인간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장마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법문을 이어갔다. 이날 법회에는 500여 명이 모였다.

법정 스님은 “사람과의 관계가 장마처럼 지나치게 끈덕지고 집착하는 관계가 되면 힘들어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지만 과연 그런가”라고 되묻고는 “사람 사이에 극한투쟁을 피해야 한다. ‘어지간히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옛날 인도에서는 우기 때 나가면 움직임이 활발해진 벌레나 미생물들을 밟게 될까 우려한 고승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시작된 것이 안거(安居)”라고 설명한 뒤 “비에서 유래된 탓인지 올 하안거는 그야말?우안거(雨安居)”라고 말했다. 올여름 그만큼 많은 비가 왔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거처인 강원 산골에서 수해를 목도한 스님은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는 아직도 수재민들이 쇠 막대로 땅을 파면서 가재도구를 찾고 있다”며 “더위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더위를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을 것”이라며 수재민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남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스님은 “내가 더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위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더우니까 곡식이 익고 여름이 있으니 가을이 있다”며 가을만 돼도 쓸모가 없어지는 선풍기, 에어컨은 한때의 더위만을 피하려는 인간의 집착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오늘이 입추고 곧 이어 처서로 무더운 여름도 다 갔다”며 “모든 것이 한때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한때에 집착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더울 때는 네 자신이 추위가 되어라

더울 때는 네 자신이 추위가 되어라

<세계일보 2006/8/9/수/사람들28면>

법정 스님 하안거 해제 법회

젩賓卉?스님(왼쪽)이 해제 법문을 하기 위해 합장한 채 길상사 극락전으로 들어서고 있다.?/font>

어느 여름날 젊은 스님이 노선사에게 물었다. “스님, 몹씨 춥거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사 왈, “더위와 추위가 없는 곳으로 가라.” 젊은 스님이 되물었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선사가 다시 답했다. “추울 때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네 자신이 추위가 되라. 이곳이 더위와 추위가 없는 곳이다.”

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의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회. 법문에 목마른 500여 불자에게 법정(73·길상사 회주) 스님이 싱긋 웃으며 들려준 당나라 때 사찰 방담 한 토막이다.

이날 하늘은 유난히 청명했고, 사찰은 매미 소리로 가득했다. 음력 4월15일부터 7월15일까지 3개월간 계속되는 하안거. 수행자들은 바깥 출입을 할 수 없고 웃거나 떠들어서도 안 되는 기간이다. 하안거를 마치는 날이면 큰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사부대중이 사찰에 모인다. 이날 길상사 극락전에 모인 불자들처럼.

법정 스님은 지엄한 설교 대신 옛 방담을 들려준 뒤 “일에 열중하면 더위도 모른다”라며 “대개 일 없는 사람이 더위를 불러들이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무소유’의 큰스님다운 법문이라고나 할까. 스님은 올해 하안거가 진행되는 동안 바깥세상이 태풍과 장맛비로 고통이 컸고, 곧바로 무더위가 이어져 중생을 괴롭히고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

“이번 여름은 45일 동안 비가 퍼부은, 말 그대로 ‘우안거’였습니다. 끈덕지게 길었던 올여름 장마를 지켜보며 인간사를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인간사가 저 장마처럼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면 얼마나 지겹고 넌더리가 나겠습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집요하게 추궁하고 끈덕지게 물고늘어져서는 안 됩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원한을 사게 되지요.”

스님은 ‘어지간히 하소’라는 선인들의 말 속에는 생각을 돌이켜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하며, 극한투쟁은 피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사분규도 당사자들이야 이유가 있겠지만, 객관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왜 저렇게 물고 늘어져야 할까’ 하고 회의를 한다는 것.

“요즘 무더위 탓에 열대야, 불쾌지수, 찜통더위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말은 주술적 기운을 가져 실제 그런 현실을 겪게 하지요. 말은 심사숙고해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용광로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수해로 가족과 재산을 한꺼번에 잃은 수재민들에게 더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되묻고, “가을바람이 불면 더위는 자취를 감추고 선풍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은 한때”라고 말했다. 스님은 “좋은 일도 궂은일도 다 한때라고 생각한다면 극복의 의지와 지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그 한때의 일에 꺾이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스님은 “남은 더위에 다들 건강하시라”며 법문을 마쳤다.

조계종에서는 이번 하안거에 충남 예산 덕숭총림 수덕사 암자인 정혜사 능인선원을 비롯해 전국 94개 선원에서 모두 2319명의 스님이 용맹정진을 마치고 또 다른 수행을 위해 산문을 나섰다. 이날 덕숭총림 수좌(首座) 설정(66) 스님은 “불가의 화두는 그동안 살아온 습관, 이해관계, 분별하려는 것, 일체의 못된 정신을 잘라버리는 칼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정성수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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