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북 경주시 구황동 분황사 석탑 앞. 국보 제30호인 이곳 감실 입구 양쪽에 인왕상이 부조돼 있다. 입구에 서서 볼 때 오른쪽의 인왕상보다 왼쪽의 것이 더 보기 흉하다. 여느 불상에서나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민가에서 남아를 낳기 위한 목적에서 또는 액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으로 코를 떼가는 풍습 탓인지 얼굴 형상이 거의 없다. 얼굴은 그렇다치더라도 발은 상황이 다르다. 발끝에서 발등까지 무엇엔가 녹아 없어졌다. 탑의 벽면은 허옇게 백화현상이 심하며 군데군데 흰 물질이 흘러내려 고드름처럼 엉겨 있기도 하다. 현재 발등 부위가 훼손되고 있는 이유 중의 가장 큰 것이 이 흰 물질 때문이다. 안산암으로 이뤄진 벽돌을 쌓아 올린 탑의 군데군데 표면이 떨어져 나가는 박리현상이 심한 것도 흰 물질 탓이다. 박리된 표면을 뒤집어보면 지의류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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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발등까지 녹아내리고 있는 분황사 석탑 인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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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일본인이 이 탑을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면서 부재(部材)와 부재 사이에 석회석을 가열해서 만든 흰 가루인 산화칼슘(회·灰)을 보강물질로 썼는데 이것이 빗물 등에 녹아내리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도진영 경주대 교수는 "분황사 석탑 표면의 백화현상의 원인물질은 질산나트륨 황산칼슘 황산나트륨 등의 수용성 염류로, 회인 백색 줄눈몰타르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백색 줄눈몰타르를 용해성이 적은 다른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물 제66호로 경주 반월성 안에 있는 석빙고의 내부 암석 표면에는 적갈색의 염이 형성돼 마치 소금기가 묻은 것처럼 허옇다. 이 수용성 염이 박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석조물 보존 전문가들을 말한다. 감은사지 석탑에서 보이는 박리현상은 보수자재인 시멘트에서 나온 이 염성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 염성분이 있으면 석물에 대한 강화처리를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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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실체현미경으로 200배 확대한 지의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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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나라 석조 문화재를 훼손하는 주범은 석물에 기생하면서 옥살산 등을 분출, 석물을 점차 녹게 만드는 지의류라는 미생물체라고 할 수 있으며 부재보수 물질인 시멘트와 회 등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보수물질은 또 지의류가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유일한 지류 분류학자인 문광희 박사는 지난해 '석조문화재에 부착하는 지의류의 특성과 그 제거방법'(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제22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주제의 발표글에서 '지의는 돌 표면에 손상을 일으킨다. 특히 장기간 동안 야외에 노출된 석조문화재에 있어서는 치명적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이 글에서 도쿄대 카시와다니 연구실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코오트렐'이라는 지의류 제거제인 바이오사이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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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염 성분으로 허옇게 덮힌 석빙고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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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은 석물은 하나 하나 재질이 다를 뿐더러 주변환경도 틀리고 손상된 정도도 차이가 있다며 일괄적인 적용은 어렵다고 말한다. 우선 훼손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품처리와 강화처리를 할 때도 석물의 성격에 맞게 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자칫하다간 오히려 더 석물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안되면 석조문화재에 보호각을 세운다든지 해서 다시 해당 석조문화재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화재청소속 연구자들과 다방면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구성돼 석조문화재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보물 제65호인 경주 서악리삼층석탑에 대한 표면오염물의 특징과 제거 방안에 대한 논문을 쓴 도진영 교수는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 석조문화재 훼손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전공자들이 거의 없다"며 "훼손의 가속화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주지역 석조문화재의 보수정비를 위해 2003년 구성된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이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마련, 준비 중이다. 이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감은사지 석탑에 대한 정밀진단을 마치고 암석 약화 제거방안을 마련해 보수에 들어갔다"며 "관련 학자들과 경주지역 석조문화재 훼손에 대한 조사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끝〉
조해훈 문화전문기자 massj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