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석탑등 석조유물 ‘지의류’에 병든다-경향신문 2006/8/24/목/사회9면   2006-09-15 (금)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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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사지석탑등 석조유물 ‘지의류’에 병든다

<경향신문 2006/8/24/목/사회9면>

감은사지 석탑(국보 제112호)과 고선사지 석탑(국보 제38호) 등 경주지역 석조 유물들이 심각한 ‘지의(地衣)’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의 석조문화재가 미생물인 ‘지의’의 번식으로 훼손위기에 처했다. 경주박물관내 고선사지삼층석탑(국보 38호·사진위)은 기단부와 탑신이 오염물질에 물든 듯 얼룩져있으며 8~10세기에 제작된 분황사여래좌상(사진 아래)는 불에 그을린 듯 검은 색을 띠고 있다.

경주대 도진영 교수(문화재보존학부)는 23일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으로부터 감은사지 서탑의 석물 강화처리 용역을 받아 기단부와 옥개석 등에 대한 현미경 촬영 및 고분자 분석 결과 ‘지의’에 의한 훼손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지의는 석조물 등에 기생하며 산(酸)을 생산하는 성질이 있는 것으로 석조 유물에 달라붙으면 석재 내부로 침투해 유물의 재질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수는 “지의는 수분, 햇빛, 맑은 공기 등의 환경에 잘 자라는데 경주는 그런 조건을 갖췄다”면서 “대기오염이나 산성비에 의한 유물 훼손보다는 지의에 의한 유물 훼손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경주박물관 뜰에 전시된 고선사지 석탑(7세기 후반 제작)은 기단부와 탑신부, 옥개석까지 시커멓게 지의 피해를 입었다.

비지정 문화재로 분황사 터에서 출토된 8~10세기의 여래좌상은 유물 전체가 마치 불에 그을린 듯한 모습이고, 장항사 석조여래입상 역시 오른쪽 얼굴과 어깨 팔 부위에 온통 지의 피해를 입었다.

도교수는 “국보 제20호인 불국사 다보탑의 변색 부분도 아직 정밀 분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2001~2005년 실시한 전국 800여개 석조 유물의 훼손 실태에 대한 육안 조사에서도 경주지역 조사대상 55개의 유물이 모두 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수는 “지의는 포자의 이동에 의해 다른 석물로 옮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지의 종류가 무려 3,000여종이어서 좀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의 이외에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유물 훼손에다 1970년대 석조물을 보수하면서 시멘트 등 부적절한 자재를 사용한 것도 훼손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 조상순 학예사는 “현재 해체 복원중인 감은사지 서탑에 지의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함부로 긁으면 유물 표피가 떨어져 나갈 우려가 커 학계에 자문을 해 화학약품 사용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주|백승목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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