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옥천암...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며- 옥천암 월보 08년 07월

수보리 2008-10-24 (금) 10:01 17년전 5543  
 
얼마 전 주로 조선족들이 사는 연변에 수월정사란 사찰을 개원했습니다. 여러 스님과 불자들이 이 경사스러운 자리에 직접 참석하여 축하해 주셨습니다.

 수월정사는 이름 그대로 수월(水月) 스님의 관세음보살행을 추모하고 실천하는 공간입니다. 헐벗고 굶주리던 일제 침략기, 바로 그때 수월 스님은 주먹밥을 만들고 짚신을 삼으며 오고 가는 나그네에게 크나큰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심지어는 눈 속에 갇힌 산짐승이 굶어 죽지 않도록 아침 공양을 마치고 마을에 내려가 이삭이나 시래기를 주워 오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월 스님은 ‘꽉 찬 달’ 또는 숨은 도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오도송이나 열반송은 고사하고 변변한 설법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가셨습니다. 게다가 얼마 후 남북이 갈라지니 수월 스님의 일생을 기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김진태 검사가 1996년에 <달을 듣는 강물>을, 그리고 2004년에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스님의 삶이 다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저의 7대조는 경허 스님이시고, 만공, 혜월, 수월 세 분이 6대조 스님입니다. 제 주변 어른 스님들도 생일상을 챙기거나 주지 진산식 같은 행사를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멋지게 살다 흔적 없이 사라지신 스님들의 삶을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무슨 일을 하든지 자취를 남기거나 시간을 계산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다 지난 6월 15일 일요일, 주지 취임 4주년을 신도님들이 성대하게 축하해주시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여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또 다른 4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책임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4년을 달려왔습니다. 그 시간을 잠시나마 되돌아 볼 계기를 신도님들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대학 청년회를 위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힘겨운 학창시절에 부처님 품 안에서 마음을 쉬게 하는 사찰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저를 믿으며 묵묵히 함께하시는 불자님들을 위해 내실 있는 기도 수행 프로그램도 만들어야겠습니다.

 한편, 절 주변을 정돈하고 보도각 보살님을 개금(改金)하며 산신각도 복원하고 설법전 자리에 삼천불전을 건립하고 싶습니다. 이런 성역화 불사를 통해 우리 절을 새로운 기도 도량으로 가꿔가고 싶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도 옥천암 불자님들이 봉사를 통해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여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제 역할을 하는 불자님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옥천암의 청사진을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불보살님의 가피로 이루어지는 불사이니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모두 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함께 기도해 주시는 옥천암 불자님이 있으시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시작이 어렵다지만 이미 반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반이 남았다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옥천암의 미래를 향해 더불어 가는 분들이 있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여러 가족의 일상사에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도록 간절히 기원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정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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