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부처님은 어느곳에? - 옥천암 월보 08년 05월

수보리 2008-10-24 (금) 09:58 17년전 4858  
부처님은 이 순간 어디 계실까?

 작년 동대문 운동장에서 봉축 연등축제를 마지막으로 한다고 아쉬워했던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부처님 오신 날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무상한 세월이 야속해서 투정도 부려 보지만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 앞에 한없이 왜소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뿐입니다. 태어났으니 살고 있지만 죽은 다음 언제 그런 사람이 있었느냐는 듯 이름 석 자도 모르고 사라지는 무수한 이들 중에 나도 또한 포함된다는 생각을 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작은 점이라도 찍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새삼 의문이 들 뿐입니다. 
 
 과연 부처님께서는 얼마나 훌륭한 깨달음을 얻어 2,6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 가르침대로 살고 싶어 하는 제자와 신도들이 많을까요? 수많은 이들이 그 가르침 속에서 해탈을 얻었고 행복을 누렸는데 오늘날 우리는 왜 이렇게 답답한 것인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부처님 당시보다 훨씬 풍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삶이 풍요해진 만큼 우리의 정신세계도 그만큼 풍요해졌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의도한 만큼 경제여건이 좋아 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 경제 활성화라는 것이 오로지 개발에만 있는 것처럼 모든 계획이 성장 일변도로 짜여 있습니다.

 과연 성장만 할 수 있을까요? 역사에서 흥망이 순환하듯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모든 것은 어떠한 법칙에 의해 순환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연기와 인과의 법칙”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속도와 결과만 중요시하며 마구잡이 식으로 개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이상기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은 따뜻해지고 태풍과 집중호우는 더 강력해졌습니다.

 며칠 동안 폭설이 내리는데 그 옆 동네에서는 눈 구경을 못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 배기가스가 환경을 파괴하여 기상 변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랍니다. 그러니 이대로 가다가는 자동차를 다 세워놓고 걸어 다녀야 하며 빗물을 받아쓰는 원시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개발이 된 만큼 우리의 삶이 행복해 졌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은 삶의 질 향상이 행복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던가요?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어서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니, 그 마음을 조절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아무리 공급을 많이 해도 인간의 욕심, 즉 수요를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그 욕심을 제어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두 이 지구 위에서 함께 공존하려면 부처님의 이 가르침대로 살아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은 기꺼이 인간을 위해 희생해도 되며, 그것들을 지배하고 영위해야 한다는 서양 종교적 사고로는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기에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한다는 불교의 사상이 바로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점은 우리 불자들이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갖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며 포교하고 정진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죽고 나서 극락에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사는 이곳을 극락으로 만들고자 기도하고 실천하는 것, 내가 처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를 가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 바로 이것이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불자들의 현전일념(現前一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두 성불하시길...

(정범 스님)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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