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싱그러운 봄날을 맞이하여 혼자서만 사치스럽게(?) 자연을 느낄 수 있음에 죄송한 마음과, 풀잎하나 구르는 돌에서도 생명의 신비함과 조화로움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에 무한한 감사를 동시에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때론 환경론자가 되어 산천초목과 흐르는 물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하고, 한때는 문화유산 해설사가 되어 백제 불교의 유적이 어떻고 하는 제 모습을 보며 사람 바뀌는 것도 한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평소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더구나 700년 고려건축 최고의 국보인 대웅전을 놀이터(?)삼아 어린 시절을 지냈으니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비슷한 여건일거란 착각에 주변을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물이 미끈하고 탕이 넓은 덕산온천을 대중목욕탕으로 이용하면서, 다른 목욕탕들도 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서울로 유학 왔을 때에는 웬만한 대중탕을 꺼리는 약간의 불편함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러함을 느꼈습니다. 내 주변에 늘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들이 너무 많음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물이며 공기, 심지어 전기(이번 일에 가장 큰 원인제공)까지도 무심코 편하게만 사용하다가는 얼마나 나와 내 이웃에게 고통으로 다가 올 것인가 생각하니 소홀히 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인연법에 의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도대체 서산 가야산이라는 곳과 보원사, 그리고 백제의 미소인 서산마애삼존불... 나하고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옥천암 마애 관음보살님을 모신 인연으로 서산마애삼존불을 모시고, 보원사에서 입적하신 법인국사 탄문 스님이 계를 받으신 곳이 현 세검정 초등학교에 있던 장의사(莊義寺)입니다. 그러니 보원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필연적인 인연이 옥천암에 있음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인연에 대해 어느 스님께서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어 웃음이 납니다. “스님은 가야산의 사찰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망간 적은 없었는지...” 그 과보로 지금 이렇게 업장 소멸해야 하는 인연이 생긴 것임에 틀림없다는 농담반 진담반 섞인 이야길 듣는 순간 이번 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가야산 지키기는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말씀과, 항상 모든 것을 평등한 존재라고 느끼며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부처님의 동체대비 사상을 말로써가 아니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국전력과 충남도청을 향해 넙죽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여러 가지 봉축행사가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열심히 봉사해 주신 옥천암 불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모두 부처님의 가피를 지극히 체험하실 수 있는 소중한 나날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지 정범스님)